황당하게도 2018년 상반기가 끝났다.
작성해야 할 상반기 인사고과표를 보며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아직도 퇴사를 못 해서 이걸 또 쓰다니.
우리 팀 신입사원들이 고과에 관해 물어보길래,
"이거 중간고사 같은 거예요.
학생 땐 배운 거 가지고 얼마나 잘 배웠나 시험 봤고
지금 우린 얼마나 열심히 일했나 시험 보는 거죠"
시간을 조금 돌려
올해 연봉 협상 때 마주앉은 테이블 소환해본다.
'ㅁㅁ 씨, 인사고과를 아주 잘 봤나봐. 연봉인상률이 이게 말이 안 되는데?'
감탄을 마지않으시는 본부장의 대사가 이어졌고
으레 하는 멘트에 나는 어색하게 광대를 들어 웃어 보였다.
'하하..'
'고과 점수가 좋은 거 보니 회사 생활엔 불만 없는 걸로 알아도 되죠?'
어색하게 들고 있던 광대가 그때 좀 주저앉았었다.
이 정도 올려줬으면 불만 없이 다녀라 이건가
불만 있어도 발언 기회 없다 이건가
말이 연봉 <협상>이지
사실상 연봉 <통보>의 시간을 마치고
계약서를 손에 쥐고선 돌아 나오는 길에
헛웃음이 자꾸 나왔다.
그리고 그 날 퇴근길에 피자 한 판 포장.
두 손에 뭐가 들려있지 않은 날이 좋은 날이다.
올 상반기 고생이야 말하면 입 아픈 수준이라
고과표에 작성할 내용이 차고 넘쳤다.
1차 면담을 하는 데 최선을 다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냥 그 표에 있는 질문인데
왜 그렇게 화가 치밀었는지 모르겠다.
막을 새 없이 날 선 말들이 튀어나왔다.
분노조절장애가 분명하다.
아시지 않나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분명 거기까지였고요.
더 이상 남아있는 최선이 없습니다.
더는 못하겠어요.
당황한 상사의 수습이 시작됐지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힘든 거 다 안다고
조금만 참아달라고, 분명 나아진다고
ㅁㅁ씨 없으면 우리 팀 안 돌아간다고.
니예니예.
일단은 상반기 고과 완료.
아.
이직하기 참말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