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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만두 Aug 13. 2018

누구나 첫 출근 에피소드는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특별하다.

첫걸음마, 첫 등교, 첫 이사, 그리고 첫 출근.


첫 출근에 얽힌 에피소드는

아마 직장생활을 해본 모든 사람에게

하나 이상은 있을 이야기.


지금까지 나에겐

총 네 번의 첫 출근이 있었다.

첫 번째보단 두 번째가 나았고

두 번째보다 네 번째는 훠얼씬 나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설레고 불안하고

때마다 마음이 요동쳤다.


아마 이곳을 나가 

다섯 번째 첫 출근을 하게 된다 해도

다시 밤잠을 조금 설칠 거고 

옷깃을 여미며 긴장할 거다.


그중에서도

첫 회사로 출근하는 날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땐 겨울이었고 추웠다.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무슨 신발을 신었는지 기억한다.


인사팀에서 교육을 받고 무수한 파티션들을 지나

어디로 어떻게 걸어 들어갔는지

내 자리를 처음 안내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돌아가며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소개를 했던 그 모든 순간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주제넘지만 그 마음을 안답시고

회사가 처음인 사회초년생들이 오면

더 마음이 쓰이고는 했다.


이번에 우리 팀에 오는 신입이

우리 회사가 첫 직장이라길래

어쩌면 평생 잊을 수 없는 한순간일지도

모를 <오늘>을 잘 보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들에겐 반복되는 월요일 중 하나였어도

나는 아직 그 월요일을 기억하니까.

8년이 지났지만

그날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들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하니까.


이건 내가 프로 기억 되새김러라서

그러는 거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게

평생 기억될지도 모를 한 장면에

내가 등장해 주로 하는 역할은

화장실 안내와 물 떠다 주기다.


사소하고 웃기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화장실을 헤맸었기 때문에

또 목이 말랐었기 때문에


후에 그들에게

그런 말을 종종 듣고는 했다

그때 화장실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흑흑


사람 마음이 다 똑같다.

내가 힘들었던 건 쟤도 힘들다.


그런데

내가 힘들었으니

너도 어디 한번 힘들어 봐 


이런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가.


확실히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보다

'저런 사람이 되기 싫다'가

더 효과가 있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싶은 

역멘토들을 보며 

샘솟는 이직 욕구

그리고 번갈아 보는 통장

오늘도 입 만큼은 웃어 보이는 하루.


400번 정도 맞이해보지만

여전히 끔찍하게도 싫은

오늘은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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