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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만두 Aug 29. 2018

인스타감성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


나는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특유의 하얀 벽도 좋고 초록색 풀도 좋고 예쁜 접시나 커피잔에 담겨나오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아인슈페너니 까눌레니 하는 예쁜 빵과 음료를 정갈한 구도로 요리조리 찍는 것도 좋아한다. 열심히 찍은 일련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색감이 맞춰진 피드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안해진다. 사진을 올리는 거창하고 그럴싸한 이유는 전혀 없다. 그냥 예뻐서다. 이렇게 맞춰진 피드를 보고 <인스타 감성>이라고들 부르더라. 인스타그램 특유의 어떤 스타일이 있다는 소리다. 몰랐는데 그 특유의 감성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근래에 알게 됐다. 오그라든다고도 하고, 편하고 저렴한 프랜차이즈 카페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불편하고 멀기까지 한 곳에 왜 제 발로 찾아가는지 이해 못 하겠다고.


왜 싫어하는지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한다. 우선 음료의 가격대가 상당히 비싸다. 카페마다 천차만별인 아메리카노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최대 8500원까지 부르는 곳도 봤다. 회사 근처에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는 1500원이다. 기본적인 음료로만 비교해봤을 때 거의 6배가량 금액 차이가 난다. 가성비나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왜 가는지 이해 못 할 수밖에. 돈이라는 자원은 유한하기에 한정된 금액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가치관이 맞아야 한다. 그래서 그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내게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지 붙잡고 설명한다고 해도 영원히 이해 못할 것이다. 상대방이 감성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나랑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소비에 대한 가치관은 서로 다르면 영원히 공감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기승전 '그 돈이면 이게 몇 갠데' 식의 계산법을 적용해버리면 할 말이 없어진다. 이 문제는 사소해 보여도 굉장히 안 사소한 문제로 이어진다. 만약 결혼하고 싶은 연인을 만난다면 꼭 이 대화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 만약 당신에게 200만 원 정도의 목돈이 갑자기 생기면 어디에 쓰고 싶은지, 왜 그곳에 쓰고 싶은지. 그 대화를 해보면 상대방과 나의 소비 가치관을 상당히 빠르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 함께 갈 동반자와 이걸 왜 이 돈을 주고 샀냐는 따위의 대화를 하며 보낼 순 없다.






예쁘고 멀기까지 한 그 카페들이 왜 그렇게까지 비싸야만 했는지, 옹호 아닌 옹호는 한번 해주고 싶다. 나의 취미생활이기도 하니까. 그 가격은 일종의 자릿세다. 통유리로 꽉 채워진 카페에서 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이고, 반짝이는 강물을 앞에 두고 푹신한 빈백에 드러누워 마시는 라떼 한 잔의 가격이다. 그곳에서 나는 가까운 카페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순간들을 계속 마주했다. 별이 쏟아지던 곳에서 했던 반짝이던 대화들과 내가 적었던 글들은 그곳이 아니라면 아마 못 얻었을 거다.


나는 그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의 값어치를 따지자면 적어도 나에게는 비싼 금액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딱히 얻어가는 게 없다면 충분히 비싼 금액일 것도 같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지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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