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이번 모임엔 특별한 손님이 함께할 예정이었다. 태어난 지 150일이 겨우 지난 친구의 아드님이 게스트 되시겠습니다. 내 친구가 엄마라니! 나는 저 소리를 임신 소식을 들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말 신기한걸. 내 친구가 엄마라니…
엄마 150일 차인 친구는 80일 차에 만났던 모습보다 프로가 되어있었다. 새로운 직장에 간다거나 새 업무를 배운다고 생각해보니 3년 4년 차 되면 베테랑 소리 나올 만하겠다 싶었다. 4살 아이가 있는 부모님은 대리님이네! 대리님. 대리 직급은 회사에서 가장 바쁜 사람. 회사마다 직급 체계는 다르지만 보통 4년 차는 실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발로 뛰는 자리다. 신입 때처럼 실수하고도 이해받을 수 없다.
오 그래서 아가들이 4살이 되면 미운 4살이라 하는 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단계니까. 오늘도 나의 뇌는 시답잖은 생각하기를 멈출 수 없다.
이모가 언젠가 엄마가 되면 경력직인 너희 엄마에게 물어볼 게 많아지겠지. 그러다 문득, 아 그래서 육아에 유독 오지랖이 많은가?로 이어지는 생각. 나도 저거 몇 년 전에 다~ 해봤는데 아주 그냥 고생도 엄청 많이 했는데 그러니까 좀 조언을 해볼까 하는 건가. 세상에 인수인계해 줄 사수가 대체 몇 명이람.
때문에 길을 가다가도 식당에서도 아유 애가 더워서 그러네 졸려서 그러네 하는 참견으로 이어지나. 그렇게 안으면 안 돼. 그런 옷 입히면 어떡하니로 시작하는 말은, 나 때는 다 그렇게 키웠어. 하는 자신에 경력에 대한 무용담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무슨 일이든 해본 사람이 처음 하는 사람에게 조언 하고 싶다면,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회사에서도 인수인계도 그런 식으로 하면 꼰대 소리 듣는다고. "우리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말은 모든 경우에서 금기어다. 그땐 그때고. 지금은 아니잖아?
그 문장은 그 시절을 함께 나눈 동시대의 사람하고만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실은 내가 요즘 친구들과 동기들과 만나면 종종 그 말을 하고 있다. 말하면서도 징그럽다. 정말 그 문장만큼은 뱉기 싫은데 진짜 우리때는 안 그러지 않았냐? 하면 무리에서 우수수 끄덕끄덕한다. 같은 세대는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하다 그런 마음이 들면 동기들과 나누며 털거나 아예 그냥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후배들에게 절대 그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 육아도 그럼 좋잖아. 과거에는 안 그랬다는 생각 들 수 있다는 거 인정. 그럼 요즘 엄마들은 참 우리때랑 달라졌구나 하면 모두가 행복할 텐데.
육아도 하나의 업무다. 엄마 아빠 혹은 아가의 보호자 누군가 맡아서 하는 '일'이다. 다만 모든 업무가 그렇듯이 주 실무자가 있고 부사수가 생기는 거지. 아무리 봐도 매일 명확한 퇴근 시간도 없으니 회사일 보다 더 대단한 일이다. 다시금 세상 모든 엄마에게 감사드린다.
그래도 현업에서 활동 중인 엄마에게 과거 방식의 자료를 주시려거든 결재판 들고 결재라인 타고 오십시오. 최종 결재자는 매일 아가와 함께 있는 실무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