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탄만두 Oct 09. 2018

육아에도 직급이 있다면



홍대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이번 모임엔 특별한 손님이 함께할 예정이었다. 태어난 지 150일이 겨우 지난 친구의 아드님이 게스트 되시겠습니다. 내 친구가 엄마라니! 나는 저 소리를 임신 소식을 들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말 신기한걸. 내 친구가 엄마라니…


엄마 150일 차인 친구는 80일 차에 만났던 모습보다 프로가 되어있었다. 새로운 직장에 간다거나 새 업무를 배운다고 생각해보니 3년 4년 차 되면 베테랑 소리 나올 만하겠다 싶었다. 4살 아이가 있는 부모님은 대리님이네! 대리님. 대리 직급은 회사에서 가장 바쁜 사람. 회사마다 직급 체계는 다르지만 보통 4년 차는 실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발로 뛰는 자리다. 신입 때처럼 실수하고도 이해받을 수 없다. 


오 그래서 아가들이 4살이 되면 미운 4살이라 하는 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단계니까. 오늘도 나의 뇌는 시답잖은 생각하기를 멈출 수 없다. 







이모가 언젠가 엄마가 되면 경력직인 너희 엄마에게 물어볼 게 많아지겠지. 그러다 문득, 아 그래서 육아에 유독 오지랖이 많은가?로 이어지는 생각. 나도 저거 몇 년 전에 다~ 해봤는데 아주 그냥 고생도 엄청 많이 했는데 그러니까 좀 조언을 해볼까 하는 건가. 세상에 인수인계해 줄 사수가 대체 몇 명이람. 


때문에 길을 가다가도 식당에서도 아유 애가 더워서 그러네 졸려서 그러네 하는 참견으로 이어지나. 그렇게 안으면 안 돼. 그런 옷 입히면 어떡하니로 시작하는 말은, 나 때는 다 그렇게 키웠어. 하는 자신에 경력에 대한 무용담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무슨 일이든 해본 사람이 처음 하는 사람에게 조언 하고 싶다면,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회사에서도 인수인계도 그런 식으로 하면 꼰대 소리 듣는다고. "우리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말은 모든 경우에서 금기어다. 그땐 그때고. 지금은 아니잖아?


그 문장은 그 시절을 함께 나눈 동시대의 사람하고만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실은 내가 요즘 친구들과 동기들과 만나면 종종 그 말을 하고 있다. 말하면서도 징그럽다. 정말 그 문장만큼은 뱉기 싫은데 진짜 우리때는 안 그러지 않았냐? 하면 무리에서 우수수 끄덕끄덕한다. 같은 세대는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하다 그런 마음이 들면 동기들과 나누며 털거나 아예 그냥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후배들에게 절대 그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 육아도 그럼 좋잖아. 과거에는 안 그랬다는 생각 들 수 있다는 거 인정. 그럼 요즘 엄마들은 참 우리때랑 달라졌구나 하면 모두가 행복할 텐데. 


육아도 하나의 업무다. 엄마 아빠 혹은 아가의 보호자 누군가 맡아서 하는 '일'이다. 다만 모든 업무가 그렇듯이 주 실무자가 있고 부사수가 생기는 거지. 아무리 봐도 매일 명확한 퇴근 시간도 없으니 회사일 보다 더 대단한 일이다. 다시금 세상 모든 엄마에게 감사드린다. 


그래도 현업에서 활동 중인 엄마에게 과거 방식의 자료를 주시려거든 결재판 들고 결재라인 타고 오십시오. 최종 결재자는 매일 아가와 함께 있는 실무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귀찮다면서도 일기장을 꺼내 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