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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만두 Dec 04. 2018

내가 아는 머큐리는 세일러문뿐이었는데  



나도 봤다. 보헤미안 랩소디. 이 영화를 꼭 보고 싶다는 친구가 없었다면 아마 안 봤을 영화였다. 사방에서 하도 난리여서 정보는 0이었지만 이미 색안경이 두껍게 씌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흥 얼마나 재미있길래. 이런 글러 먹은 마음으로 본 영화들은 대부분 노잼이라 썩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몰랐다.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서.


부끄럽지만 내가 아는 머큐리는 세일러문에 나오는 머큐리뿐이었다. 나는 락도 모르고 7080 팝송은 더더욱 모르고 퀸이라는 그룹의 이름만 어렴풋이 들어본 그런 무지한 인간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박수를 치며 친구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너 아니었으면 이걸 내가 스크린에서 못 봤을 거야. 정말 고맙고 미안해. 내가 무지했어. 친구는 흡족해했다.


'얼마나 재미있나보자' 라는 못된 심보로 봤는데도 이 영화는 나를 울렸다. 이건 기대 없이 본 영화가 재미있을 때 보다 훨씬 엄청난 일이었다. 새삼 천재적인 예술가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천재라는 단어에 무게에 대해서도. 조금 잘한다거나 독특하다고 해서 감히 붙일 수 있는 단어가 절대 아니구나.


세대를 지나 아무런 정보도 없는 타국의 이방인 나부랭이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다니. 그런 삶을 살았다는 건 대체 어떤 일일까.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의 선을 오르고 내렸을 테지. 천재라는 건 정말 외롭고 아름다운 거구나.


아 정말 멋있었다. 거의 모든 것이 멋있었지만 그중 내게 제일이었던 건 그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유 있는 자신감 이었다. 나도 내가 쓴 이야기들이 '이유 있게' 자신 있어지길 바랐다.


그들의 태도가 허세나 거품처럼 보이지 않았던 건 작품으로 충분히 증명했기 때문이다. 아 정말 멋진 그룹. 멋진 영화. 에오↗



2018 최고의 전율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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