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봤다.
이직하기로 마음먹은 뒤로 본 두 번째 면접이었다.
40분? 45분쯤 걸렸나
체감상으로는 꼭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 같던
심층 면접이었다.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기도 했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 회사에 꼭 가고 싶어졌던
드물었던 좋은 면접이었다.
최종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 꿈의 끝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지
그 질문을 받고선
나는 에디터와 작가 그 어딘가 사이에서
항상 글을 만지고
글과 함께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혼자서 가만히 고민했을 때보다
빠르게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툭 하고 바로 튀어나온
그 답변이 내 마음엔 꼭 들었었다.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고 나니
얼굴이 발갛게 뜨거워졌었다.
그렇게 뜨거운 얼굴로 면접장을 돌아 나온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는데
바로 근처 지하철역 화장실에 들어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며
'어쩌다 내 꿈이 퇴사가 되었나'
매거진에 써둔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대에 1명씩 보는
면접이다 보니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취미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글쓰기 이야기로 이어졌고
글쓰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내 입은 브런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주변에는
브런치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말을 했는데
어쩐지 면접관들은 브런치를 잘 알고 있었고
어떤 글이 가장 반응이 좋았냐는 질문에
본능적으로
회사와 관련 없는 에피소드를 말하게 됐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계획인지
언급한 주제에 흥미를 가진 면접관이 계셨고
꼭 한번 찾아서 읽어보겠다고 했다.
아뿔싸.
순간적으로 나는 내가 쓴 글들을 떠올리고는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어느 누가
새로 뽑을지 말지 모를 지원자의
현 직장 이직 사유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지 않단 말인가.
경력직 이직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 중에 하나가
'왜 이직하려고 하나요'인데.
왜 이렇게 힘든지 정확한 이유가
쓰여있지는 않았지만
다 모르겠고
현 회사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받는
내 모습이 좋아 보일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순식간에 그다음으로 한 생각은
면접장을 나서면 비공개로 돌려야겠다였다.
그런데 매거진 삭제만 있네 하하.
고민이 됐다.
나에게도 사회적인 겉모습과
내면의 모습이 있는데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읽을
공개 일기인 이곳에는 나의 속 마음이
부분적으로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은
저 좀 뽑아주세요. 잘 할 수 있습니다. 했던
면접장에서의 긍정적이고 쾌활한 모습과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의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들이
채용에 영향을 줄까 봐 무서웠다.
그러다 두 번째는
이걸 다 숨기는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결국 이것도 나의 입체적인 다른 부분이니까.
회사에서의 나
집에서의 나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
각각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 한데 모여서 입체적인 내가 된다.
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그래도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내릴까 말까 엄청 고민했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그냥 글을 쓰기로 했다.
정작 면접관님은 잊어버리셨을 것 같기도 하다.
워낙 많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래도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안다.
글을 삭제하면 후회할 거고
그냥 뒀다가 불합격하면 글을 탓할지도 모르기에
늘 하던 대로
내게 있었던 에피소드를 적어 내는 것.
그 선택을 하기로 했다.
어떤 나비효과가 될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냥 쓰기로 했다.
적어도 일기는
쓸까 말까 할 땐 그냥 써야 후회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