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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Nov 03. 2023

고객센터에서 피어난 인간관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고객센터에서 일을 하다 보면

고객도 다양하게 만나지만

그와 비례해서 수많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 당장 알바천사나 알바지옥만 켜서 보기만 해도
고객센터 상담원 모집글이 엄청나게 확인될 것이다.
그만큼 고객센터에서는 원청회사의 기준만큼
인원수를 채워야 하기에 지원을 하면
웬만한 특수부서가 아닌 이상은

경력이 없어도 채용이 된다.

토익이나 봉사활동 인턴 NCS 이런 건

1차 총알받이에겐 필요 없으니 말이다.
공무원 같이 시험준비를 하는 사람들,
야간 고객센터에서 투잡을 뛰는 사람들,
방학으로 인해 단기알바를 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1차 상담원이 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잠깐 일할 곳,

다른 곳에 가기 전 일할 곳으로

인바운드 상담원에 지원하는 것 같다.
그중에서 내가 겪었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업무나 회식에 적극적인 사람이 있었는데
무엇을 해도 적극적이었던 이 사람은 꽤 오래 다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주말이 지나

무단퇴사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또한 과도한 업무로 인해 관리자도

몰래 관두는 적이 있었는데
이로써, 아 그냥 퇴사를 해도 처리는

되긴 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여긴 내 길이 아니라는

말을 계속 달고 살던 사람이 있었다.
내가 퇴사하고 한참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 길이 그 사람의 참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한 번은 한 동료와 엮였던 적이 있었는데

나를 좋아했던 나보다 어린 여자애에 관련된 이야기다.

그 여자애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외면했다.

사내 연애는 딱히 내 취향도 아니었고

상대방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 당시에 일했던 곳은 야간부서였는데

새벽 시간 3시간이 휴게시간으로 주어졌다.

 그 시간엔 침대가 있는

휴게실에서 잠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잠에 취한 상태로 휴게실에서 나오게 된다.

눕는다고 바로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기에 더욱 처참한 몰골로 말이다.

그 당시에는 카카오스토리가

유행할 때였는데 나도 한참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많이 올리던 때였다.

잘 나온 셀카를 올렸는데 댓글에 이런 글이 달렸다.

'오빠, 잘 때랑 많이 다르네?'

순간 이게 무슨 댓글인가 싶어

처음으로 정색을 하며

 그 여자애와는 소위 쌩까는 되었다.

수면실에서 오가다 본 이야기를

저렇게 썼다는 게 기분이 나빴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꽤 기분 나쁜 댓글이었다.

민원부서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함께 민원부서로 배치된 아줌마가 있었는데

고객센터에서 근무를 하지 않았다면
정치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빼고 모든 사람들에 대한 험담을 하는 사람이었다.
A가 그 자리에 없을 때 B에게 있지도 않은 말을 전한다.
A가 B 너 욕하던데????
또 B가 없을 때는 B가 A 너 욕하던데?
처음엔 나도 그 사람의 A, B가 되어 놀아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고,

말이 많다 보면 원인제공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한 내용을 관리자와 사람들에게

밝히고 나는 퇴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겐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훗날 그곳에 다니는 사람에게 들었는데
그런 사람의 결말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던

그녀는 예전처럼 당당하진 못했다고 한다.
뻔뻔하게 다녔던 그녀는 험담은 줄였지만

눈치는 이리저리 봐가면서 잔류하고 있었다.
조용히 오래 다니나 싶었지만 열몇 살 어린 남자와 바람이 나 회사를 관뒀다고 한다.
심지어 그녀는 유부녀였다.

생각보다 재밌는 결말이었다.


그 외에도 대기업에 붙었다며

굳이 연락해서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고,

술을 마시고 야간 부서에서 깽판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고객과 싸우면서 당신 때문에 오늘 퇴사한다며

고객에게 시원하게 지른 뒤

 바로 사직서를 쓴 사람도 기억이 난다.


고객센터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에

많은 이야기들이 피어난다.

그렇게 어난 이야기들 중의 일부는

누군가에게 유쾌하게 작용하고,

누군가에겐 꽤 불쾌한 일들로 남아있다.

오늘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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