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고양이는 그렇게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
접대묘에 대한 고찰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 몇 가지가
꽤 커다란 메리트로 다가왔다.
고양이는 독립심이 강해서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다거나,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기에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꽤 컸던 것 같다.
산책을 안 시켜도 되고,
목욕을 적게 시켜도 되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집에 온 이 작은 생명체는
생각보다 많은 손을 필요로 했다.
장모 고양이란 얼마나 많은 빗질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심거리가 있었다.
이 깨발랄한 생명체는
밥상에 올라와서 집사 놈이 무얼 먹는지,
드라마를 보면 뭘 보는지,
공부를 하면 무얼 하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아니다.
그것보다 나를 방해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자는 것 마저도 방해는 것 같았다.
잠들려고 하면 이불 열어달라고,
잠들려고 하면 사료 먹기 시작하고,
잠들려고 하면 화장실 가서 신나게 모래를 박박 긁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정말 작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야행성이고 아깽이어서 활발한 거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불을 끄기 전에는 안 하다가
잠들려고 누우면 시작하는 건,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우리 집에 놀러 온 사람들한테도
미르는 친절을 베푸는 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관심을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옛다, 관심받아라.
새로운 사람이 오면,
문 앞에서 왔냐며 환대를 하는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딱 친해질 때쯤 관심을 끊어 버린다.
마치 유료결제 전까지인 것처럼.
이때부터 교육에 집중했어야 했다.
손님들이랑 놀아준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방법을 말이다.
지갑을 물고 오거나,
계좌 번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약 10년간 그렇게 돈을 모았다면 세간살이가 좀 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생각보다 사람을 잘 따르고,
사람을 의지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참에 한 마리를 더 데려 올까???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놀랍게도
미르를 데려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다가 대학교 선배네 집에 놀러 가게 되었다.
아깽이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때문에 미르와 함께 동행했다.
그 집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어차피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미르만 잘 데리고 있으면 될 거라는 생각에 막연했던 것 같다.
뭐 집주인이 와도 된다 했으니 말이다.
선배네 고양이가 있는 방 문이 열렸는지 모르고
선배들과 이야기 꽃이 피었다.
어디선가 하악질이 들려왔다.
미르가 선배네 고양이에 다가가 말을 걸고 있던 것이다.
이 녀석, 꽤 사교적인 녀석이구만.
물론 그 집 고양이는 구석에서 하악질만 하고 있었다.
얼른 미르를 데리고 나와 안으면서 이 생각을 했다.
아, 한 마리를 데려 와도 미르가 아주 적극적으로 치근대겠구나.
라는 생각을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 친구를 들이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차피 케어는 나의 몫일 테니까.
그렇게 나는 둘째를 들이게 되었고,
미르는 친구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