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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Jun 24. 2024

고양이의 테러는 어찌 감당해야 하는가.

이불은 빨면 되는 거지, 뭐.

미르와 바람이와 살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빠지는 털로 인해 청소기를 매일 돌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매일매일 이불 빨래를 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 부지런한 인간이었나 싶기도 하다.

미르는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이불에 오줌을 싸곤 했다.
그로 인해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피곤한 어느 날 밤 피곤에 절어 누웠는데
등에 축축함을 느끼게 된다면,
분노로 인해 미쳐버리는 나를 마주 보게 한다.

이불 빨래로 인해 세탁기는 24시간 돌아갔다.
시도 때도 없이 세탁기를 돌리다 보니
부모님도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그 눈치를 고스란히 받아 냈다.
아마 그때부터였나?
회사에서 눈치를 그리 줘도 기가 막히게 튕겨낼 수 있는 기술이 생긴 게?

어찌 되었건 그 당시에는 건조기가 없어,
이불을 빨더라도 하루 만에 마르지 않아 집안엔 습기가 낭낭했다.

또한 싸는 데만 싸는 미르의 집요함 덕이었을까?
방 문을 열었을 때,

내 코에 화려하게 찌르는
오줌 냄새로 인해 후각은 마비되어 갔다.

그래도 이불은 빨 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는 개뿔.

매트리스는 세탁이 불가하기에
방수 매트리스 커버를 구매해 매트리스는 보호할 순 있었다.
사실 뭐 반은 죽어가는 매트리스였을지도 모른다.

한참을 국지적으로 발생하던 테러로

고생하던 어느 날이었다.
고양이 커뮤니티를 보다가
이불에 오줌을 싸는 걸 막기 위해 방수천이란 걸 판다는 고급 정보를 듣게 되었다.
방수천을 침대에 씌워 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오줌을 쌀 때
오줌이 방수천에 고이게 되어 자기 발에 묻으면 찝찝함으로 인해 그 행위를 멈춘다는 원리였다.
오호, 그럴싸한데?

그렇게 지갑은 열렸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어떻게든 해결을 하려는 보면 말이다.

방수천의 구입으로 인하여 그나마 나는 사람처럼 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없을 때 이불에 오줌을 갈겨대는 건 어느 정도 줄었지만,
가끔 내가 자고 있을 때 이불에 싸 버리는 엄청난 기술을 선보이는 미르였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화장실 위치나,
모래가 마음에 안 들을 경우에
상당한 오줌테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 위치와 모래를 바꾸니 오줌 테러는 멈췄다.
그래, 다 내 잘못이었다며,
드디어 멈춰 줘서 고맙다며 안도를 했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내 방문을 열어 둔 찰나의 순간에 사건은 일어났다.
역시 방심은 금물이었다.
미르가 부모님 방으로 건너가 침대에 오줌 테러를 한 것이다.
그로 인해 사달이 났고,
아빠와 나는 이 녀석들을 버리네 마네 한참을 싸웠다.
집엔 습기가 줄어드는 대신 냉기가 흘렀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을날.

결국엔 나는 고양이를 둘러메고 집을 나왔다.
쫓겨나기 전에 내 발로 말이다.
그렇게 나의 자취라이프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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