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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Jul 01. 2024

고양이와 집 구하는 방법

집 구하기 참 쉽죠?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집을 구하는 건
처음에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그 당시 내 나이는 28살.
사실 모아 놓은 돈도 없었고,
집을 보는 눈도 없었다.


그냥 홧김에 다음 날 집을 알아보고,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부동산에 둘러 두세 군데 보고 계약,
그날 밤 고양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부모님께 집 나왔다고 통보를 했다.
이사하기 참 쉽죠?

전역하고 나서 집은 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나야 뭐, 언젠간 나가야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다툼이 도화선이 되어 그냥 바로 집을 나왔지만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은 꽤 기가 찼을 듯하다.
고양이 때문에 싸웠다고 바로 집을 나간다고???


여차저차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부모님과의 관계는 적당히 좋아졌다.
멀리 있어야, 사랑스럽다.
가족 또한 그러하다.
뭐 그런 건가???

아무래도 출퇴근하기엔
회사 근처가 편할 것 같아서
정말 회사 근처 아무 데나 골랐다.
여기저기 막 그냥 고른 첫 집은 오래된 고시원이었다.
다행히 방 안에 싱크대와 욕실, 세탁기는 있었다.
하지만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엔 엄청난 더위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계약을 해 버렸다.

어찌 됐건 집은 나왔고 필요한 건 사야 했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 끼니를 라면으로 때웠던 날도 많았다.
무슨 부귀영화를 얻겠다고 호기롭게 나온 건지.
과거의 나의 뒷목을 내려치는 게 시급한 순간이었다.
한 동안은 혼자 사는데 필요한 것을 사느라 월급을 허공으로 날렸다.

혼자 산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사실, 내가 혼자 산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침대와 책상만 두면 꽉 차는 방이었다.
거기에 고양이 두 마리까지 사는 작은 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와서 자고 가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술 취한 놈들은
말을 들어 먹질 않는 것 같다.
한날엔 그 좁은 방에 무려 6명이 자는데,
미르가 빡이 쳤나 보다.
어지간히 인간들을 데리고 왔어야 했었나?

그날은 갑자기,
미르가 술 마신 친구의 배에 오줌을 싸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그 친구는 해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술이 깨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자숙하며 살던 어느 날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주물주인 위의 건물주였다.
어? 월세 냈는데... 뭐지? 하고 보니까
'혹시, 고양이 기르세요?'
라는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집주인이 무심코 창 밖에 있는 바람이를 보고 알았던 것이다.
사실, 그냥 처음 혼자서 집을 구한 거라서
고양이 기른다고 말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저 문자를 보고서야 반려동물이 있을 때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지를 해야 하는 걸 알았다.
다행히도 바로 나가라고는 안 했다.
고양이를 보내거나,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다행인지 아닌지,
더위가 나를 잡아먹기 직전,
그 집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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