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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Jun 19. 2024

고양이는 털이 빠지는 야행성 동물이다.

고양이 털로 패딩을 지어도 될까?

동물을 기른다는 건 참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 같다.
강아지를 기를 때는 산책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고,
주말에는 목욕을 위한 시간을 비워두어야 했다.

어떤 것들은 예상한 것이기에 감당할 수 있었고,
어떤 것들은 예상치 못한 것이기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일단 고양이는 예상했던 만큼 귀여웠고
예상치 못할 정도로 귀여웠다.
내가 팔불출이라 그런 건 아니다.
사실 그렇다.

아깽이 미르와 청소년 바람은 각각의 매력이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르는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길 좋아했고
바람 이는 생각보다 쫄보였다.
잘생긴 쫄보랄까???
일단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오면 침대 밑이나 구석으로 가서 한참을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미르는 택배기사, AS기사 등이 와도 개의치 않아 했고 열심히 관심을 표했다.
어떤 때는 배달기사가 미르가 귀엽다며 음식을 건넸음에도 가지 않는 상황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같이 치킨 먹을 뻔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질 정도였다.
그만큼 귀엽다는 이야기다.

확실히 고양이를 기르니 털지옥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미르는 장모라 그런지 털이 가늘고 얇아 가벼운 듯하다.
가만히 멍하니 방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털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털들은 내가 마시던 커피잔에 기가 막히게 안착하게 된다.
마치 커피 마시다 체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한 것처럼.
하얀 미르의 털 덕분에 검은색 옷들은 모두 봉인되었다.
누가 봐도 나 동물 길러.
광고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다른 옷들이 털이 안 붙는 게 아니다.
눈에 덜 띌 뿐.
어찌 되었건 검정 코트, 검은 셔츠, 까만 바지.
모두 나의 영향권 밖으로 사라졌다.
덕분에 밝은 옷들을 사게 되었고,
다채로운 색상들이 옷장을 화려하게 감쌌다.
나는 파스텔컬러가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알게 된 나의 퍼스널 컬러란 그런 것이었다.

물론 바람이라고 해서 털이 안 빠지는 건 아니다.
바람이의 털은 단모라 그런가?
묵직하게 옷에 박힌다.
특히 니트나 모직코트 같은 의류에는 바람이의 털들이 군데군데 잘 박힌다.
이건 테이프클리너로도 잘 제거가 되지 않는다.
그냥 보이면 손으로 하나하나 뽑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제일 큰 점은,
고양이는 야행성이라는 것이다.
특히 내가 자려고 하면 고양이들은 살아난다.
두 마리의 우다다는 땅이 울릴 정도니 잠에 들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 재현된다.
우다다를 하다가 갑자기 사료를 먹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도독 거리는 ASMR에 잠이 들곤 했던 것 같다.
깊은 잠이 들었던 어느 깊은 밤이었다.
지네들끼리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나를 퍽하고 밟고 제 갈길을 가는 경우도 꽤 있었다.
굳이 이 길을 올 필요가 있었나?
이건 심히 계획적인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단전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빡침,
겪어보지 아니하였으면 꼭 겪어보시길 바란다.

그렇게 한참을 놀던 두 녀석은 내 품에서 잠이 들곤 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다크서클이 짙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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