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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Jun 18. 2024

강아지와 고양이는 정말 다르다.

고양이와 살면 고양이가 된다.

고양이를 기르기 전엔 고양이와 강아지는 비슷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미르와 바람이와 살면서 나는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강아지를 어릴 때부터 길렀던 나로서는 배변훈련은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강아지가 화장실을 갈 때쯤 배변판이 있는 위치로 데리고 가는 게 먼저다.
그러다 멍멍이가 거기다 배변을 하면 간식과 칭찬을 해야 했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이제는 거기다가 볼일을 보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강아지 배변훈련은 나의 노력이 필요했다.

고양이는 딱히 그렇지 않아도 되었다.
1. 모래와 화장실의 위치를 정한다.
2. 고양이를 모래에 두고 고양이의 앞 발을 잡고 모래를 판다.
3. 알아서 화장실을 가린다.
다만 미르는 화장실이 더럽거나 위치가 맘에 안 들면 이불에 테러를 한다.
미르 덕에 화장실 청소는 자주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이불빨래가 늘어나게 되니 말이다.

밥의 경우에는 강아지는 자율배식이 되질 않았다.
적어도 내가 길렀던 강아지는.
밥을 주면 주는 만큼 다 먹어버려서 배가 아주 빵빵해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료를 주면 더 먹었다.
이러다가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 시간 맞춰 밥을 줘야 했기에 부지런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행히도 자율급식이 가능했다.
우리 집에 있는 미르와 바람은 가득 차 있다고 해서 다 먹어버리진 않았다.
외출 시엔 물과 밥을 가득가득 채워놓고 다녔다.
다만 밥을 잘 먹는 바람이는 사료그릇이 비워져 있으면 채워질 때까지 울곤 했다. 물론 지금도.
그래서 우리 집은 사료와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하고
화장실은 깨끗해야 했다.

강아지를 기를 땐 부르면 오고 기가 막히게 들러붙었다.
고양이는 그게 아니다.
기가 막히게 지들이 오고 싶을 때만 온다.
평소에는 거리 두기가 철저하더니만
공부를 하거나, 컴퓨터를 하려 할 땐
기가 막히게 훼방을 놓는 게 고양이다.

강아지는 부르면 오지만
고양이는 부르면 귀만 움직인다.
듣고는 있다는 걸까???
들어는 줘서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또 다른 차이점은,
고양이는 산책이 거의 불가하다는 점이다.
사실 산책을 하면서 우리 고양이 자랑을 하고 싶지만 불가하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밖이란 미지의 공간은
고양이를 잃어버리게 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할 수 있다는 점이기에 수의사들도 말리는 행동이다.
물론 그들 중엔 산책을 즐기는 고양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집 애들은 아니었다.
이 이쁜 고양이를 나만 보는 게 아쉽지만,
인스타를 하면 되니깐 오히려 좋은 듯하다.
그래서 인스타를 시작했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행동방식의 차이지만 고양이와 강아지는 반려인들에 대해 진심인 듯하다.
강아지는 쉼 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반면,
고양이는 가끔 뜬금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다.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 문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이나,
집사가 딴짓하느라 바쁠 때 관심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커다란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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