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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Jun 17. 2024

친구가 된 고양이 미르, 바람.

집사는 커다란 고양이가 되었다.

바람을 데리고 오는 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택시비가 얼마나 나올 지가 메인이어지만.
생각보다 신촌, 홍대에서 부평까지는 그렇게 멀진 않았다.

빠르게 밟아서 그런가?

체감상 20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대략 13년도 그 당시 기준,
25000원 정도의 택시비였던 것 같다.

짧은 묘생에 주인이 여러 번 바뀐다면,
그 고양이는 그 당시에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상처가 될까? 금방 잊을까?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안 좋았던 기억들은 금방 잊었으면 좋겠다.

파양이라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단순한 이유로 파양을 하는 경우도 꽤 많다.
크니까 안 이뻐서.
생각보다 자기를 안 따라서.
등등의 이유를 가지고 말이다.
그래도 파양은 양반이다.
파양 덕분에 나와 바람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바람을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내가 마지막 집사이자 보호자이길 바랐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그럴 거지만 말이다.
전 주인집에서 우리 집에 올 때까지
캐리어에서 하도 울어 젖혀서 목이 쉰 상태로 도착했다.
 
보통 서로 다른 고양이들은 합사를 할 때
기존 고양이 때문에 오래 걸린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파워 접대묘 미르 덕에 바로 합사가 가능했다.
오히려 바람이 혀를 내두른 듯하다.
진짜가 나타났다며.

본인이 거부해 본들,

그건 네버 엔딩 스토리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을지도.

당분간 미르를 내 방에,
바람을 다용도실에 두기로 했다.

하지만 미르는 참지 않다.
매일 사람 냄새만 나다가 어느 순간 다른 고양이 냄새가 났나 보다.
미르가 방문을 넘어 다른 방으로 왔다.
사실 위치만 따로 정했을 뿐

방문은 닫지 않은 상태였다.
미르는 그렇게 다른 고양이,
바람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고

서열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하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미르는 개의치 않았다.

미르는 그 당시 3개월 정도,
바람은 그 당시 7개월령의 미묘였다.
생긴 건 또 늠름하게 생겨놓고
막상 자기보다 작은 고양이에게는 폭력을 가하진 않았다.

첫날부터 치근덕대던 미르에 지쳤는지
바람과 미르는 금방 친해진 것 같다.
수시로 들러붙는 미르 때문에,
차라리 친해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걸까?
그렇게 미르와 바람은 친구가 되었고 나는 그들의 아빠가 되었다.
물론 미르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날 아빠보다는

그냥 성질 더러운 커다란 고양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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