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일
최근의 결정적인 선택이 무엇이었는지 질문을 받는다면, 작년 말의 어린이집 or 유치원이었던 것 같다.
맞벌이 엄마인 것과 함께 상대적으로 아이에 관한 정보 수집에 트렌디하지 않아서인지 10월부터 부랴부랴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그쯤 되면 으레 4세 엄마들이 모이면 “결정하셨어요?” 하면서 주제를 트는 것 같았다.
나 대신 친정 엄마께서 정보를 물어다 주곤 하셨는데, 대부분은 어린이집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문득 어린이 집도 누리과정과 같고 (한글, 영어, 발레, 무려 코딩까지 있음) 경제적인 합리성도 있는데, 더군다나 4살까지 너무나 만족하며 다녔는데
5세에는 대다수가 왜 당연히 이동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 무렵 유치원 설명회와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과 상담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지점이 있었다.
1. 이건 엄마의 유형인데, 교육에 대한 열정이다. 아이가 특출 난 경우도 있다. 그럼 그 분야에 명성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 같다.
2. 대부분의 유치원은 5세 반부터 시작한다. 6세에 들어가려고 하면 그만큼 정원이 좁아지고, 또 적응의 어려움이 생긴다.
3. 유치원은 셔틀이 있어서, 등원과 하원의 번거로움이 덜어진다.
4.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5세부터 통합 운영이 있는데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5-7세 친구들과 한 반에서 지내게 된다.
한 반에 2~3명인데 정원대비 비중으로 보면 15% 정도 같다. 선생님께서 상담 때 말씀해 주셨는데, 이 부분을 사전고지 하는 게 중요해 보였다.
물론, 선택에 영향을 주는 일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고민의 시간이 있었는데, 우선 다니는 어린이집은 한 건물을 통으로 쓰고 있어 시설도 훌륭하고, ‘방학이 없는 곳‘이라 그 장점이 매우 컸다.
물론 체능단에 관심이 많았어서 2군데 설명회에 참석했고, 주변 유치원 동향도 살피긴 했다.
체능단의 경우, 연간 약 6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인데 여름, 겨울, 봄에 방학이 각각각 있었고, 9시부터 4시가 아닌 한 30분씩 늦게 시작하고 빨리 끝나는 느낌이었다. 시설이나 내용은 훌륭했으나, 그만큼 ‘비용‘이 드니, 그 효과를 보고 싶어 할 내가 그려졌다. 반면에 유치원은 교육과정이 어린이집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았다.
이런저런 조건과 상황을 살피니 어린이집으로 결정이 굳혀졌다.
그리고 1학기가 지나 보니 나름의 만족과 보충이 있었다.
적응도 방학도 없는 순탄한 생활이 기대되는 만큼(?) 가족의 시간도 아낌없이 보내보자 마음을 먹었고, 2달에 한 번씩은 짧든 길든 가족 여행시간을 자주 가지려고 했다.
방학을 고려해서 휴가를 가야 하는 부담이 없으니 여러 가지로 만족스럽다. 아이도 올해 여행이 주는 재미와 행복에 푹 빠졌다.
합리적인 선으로 학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실은 5세가 되며 헤어지게 된 친한 친구와의 만남을 주기적으로 갖게 해주는 일정이기도 한데, 대만족 중이다.
주 1회 1시간 사고력 학원과 주 2회 1시간 영어 교습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놀이 형태의 학습이고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라 아이도 즐기고 있는 중이다.
통합 운영 또한 아이의 눈에는 다른 성격의 친구일 뿐이고, 전담 선생님께서 철저하게 케어해 주시니 느낄 새도 없다.
그럼에도 6세는 유치원을 갈 것 같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어린이집의 성비인데, 처음에는 나름의 균형이 있었는데 정원이 줄고 그만큼 남자아이들이 늘었다. 이러다 보니 선생님들의 교육방식도 자연스럽게 남자아이들에 맞춰지는 듯하다. 뭐든 치우치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긴 하다. 또 대세감이라는 게 있다 보니 맞춰지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끊임없이 찾아오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 같다. 그때마다 촉을 세우고, 새로움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선택을 이어간다. 어느 하나 사소한 것이 없지만 또 거창할 것도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선택한 그 결정이 무조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