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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ug 13. 2023

꼰대보다 더한 것들

역꼰대란

나는 젊은 꼰대다. 꼰대. 꼬인 느낌의 부정적인 단어라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이다. ‘꼰대’의 어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꼰데기’라고 부르다 ‘꼰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콩테(Comte)라고 하는데, 이를 일본식으로 부르면서 '꼰대'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파들은 백작, 자작과 같은 작위를 수여 받으면서 스스로를 '콩테'라 불렀는데, 이를 비웃는 사람들이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 불렀다고 한다. 친일파들이 보여준 매국노와 같은 행태를 '꼰대 짓'이라 했다는 것이다.


사전에서 말하는 꼰대는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는 꼰대가 맞다. “라테는 말이야” 혹은 “요즘 애들은 도대체 왜 이러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수없이 많기때문이다. 예를 들어, 약속한 보고 날짜에 아무 말 없이 퇴근을 하는 직원을 보며 ‘라테’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격분한다. 팀원에게 업무를 보완하라고 했더니만 자신은 이게 최선이고 상사인 나의 기준이 높다며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나와 같이 밀레니얼 세대이면서 리더 역할은 하는 사람들은 허리에 해당하는 ‘낀 세대’ 이다. 양쪽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거나 꾹꾹 참는 애로가 적지 않다.


낀 세대의 눈치보기는 끝이 없다. "노래를 들어야 집중잘 된다"라며 이어폰 끼고 일하는 회사 막내를 혼냈는데 제가 '꼰대'인가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사연이다. 댓글에는 "회사에 왔으면 일을 해야지 왜 노래를 듣고 앉아있냐", "글쓴이 꼰대 절대 아니고 저건 저 직원의 고집이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반면 후배 직원을 옹호하는 글들도 있었다. "저렇게 일해서 능률이 좋게 나오면 봐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왜 꼭 소통의 창구가 대화만 있다고 생각하냐"라는 것이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 것이 집중이 잘 된다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양쪽을 다 낀 채로 일한다가 누가 불러도 못 듣고 전화벨 소리도 못 듣는다면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것 아닌가?


얼마전 일이다. 출근을 했더니 팀원이 앞머리에 헤어롤을 하고 있었다. 업무 시작 시간인 9시가 넘었는데도 그대로 하고 있어 말했다. “업무 시간에는 빼야 되지 않겠니?” 팀원은 알겠다며 그제야 헤어롤을 뺐다. 그런데 웬걸, 싸한 분위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한참 지나 업무시간에 헤어롤을 제지하는 게 부당한지 팀원들에게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본인 자리 앉아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괜찮지 않나요?” “헤어롤 하고도 일은 하니까 무방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업무시간에 ‘헤어롤 금지령’을 내리는 나는 이렇게 또 꼰대가 된다.


헤어롤은 앞머리에 힘을 주기 위한 도구인데 회사에서예쁜 앞머리로 일하고 싶어서라면 업무시간 전에 하는것이 맞다. 하지만 업무 시간에 여전히 헤어롤을 장착하고 있는 것은 퇴근 후의 일정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엄연한 ‘업무 시간’에 집중해서 업무에 100% 집중하지 않고 업무 외 다른 일도 부가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헤어롤이 예쁘게 꽂혀 있는지 거울을 보고 확인하거나 매만지는 등 계속 신경이 쓰일 테니까.


‘헤어롤 금지령’은 행위의 목적성을 생각했을 때 옳지 않다는 나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그들의 표정이 내가 꼰대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 준다. 화가 나면서도 눈치를 보게 된다. 그렇게 상호 소통이 줄어든다. 선배나 상사의 정당한 조언이나 지적을 꼰대로 치부하며 소통을 차단하거나 ‘우리 세대의 특징이다’고 얘기하면서 ‘너희가 이해하라는 식’으로 넘기는 그들도 꼰대임이 틀림없다. 알고 있냐? 너희들도 꼰대다. 꼰대보다 더한 역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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