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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Dec 23. 2023

직태기 꽃이 피었습니다.

직장생활 15년이면 현타가 온다.


“회사 생활 20년이면 충분하지 않아? 난 마지노선이 45살이야. 회사는 그만 다니고 다른 방법을 돈 벌어야지.”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입방정 떨며 나불대던 멘트다. 대학 동기들 말에 따르면 입사 초기에도 회사 생활은 5년만 하고 당연히 관둘 거라고 내가 말했단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최근까지도 일은 내게 ‘생계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제일 컸다. 20년, 30년 직장 생활을 한 분들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기 힘들지만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을 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월급과 책임감이 일의 지속하는 데 동력이 되지 않았다. 나도 이제는 무기력하고 지쳤다. 


최근 회사에서 멍 때릴 때마다 누군가 ‘도대체 너에게 일은 무엇이니?’라고 묻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생각해 볼 의지가 없어 꼬박 한 달 동안 살아지는 대로 살았다. 그러다 최인아 대표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를 읽고 내게 ‘일’이 어떤 의미인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민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내 의지와 생각대로 살고 싶었다. 저자의 말대로 평소에 이런 생각을 잘 하지 않기도 하고 근본과 의미를 묻는 질문에 답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 봐도 여전히 잘 모르겠더라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의미’ 찾아보고 싶었다.


저자의 조언대로 질문을 바꿔보았다. “나는 일에서 무엇을 얻고 있나? 나는 일한 대가로 무얼 가져가고 있나? 나는 일이 주는 무엇에 기뻐하는가?” 즉답은 어려웠다. 인간의 6가지 욕구인 안정, 인정, 소속감, 다양성, 성장, 기여를 바탕으로 일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내가 갈망하는 동시에 일을 통해 충족되는 TOP3는 인정, 성장, 기여였다. 주니어 시절에는 이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꽤나 만족감을 얻었다. 고객사를 설득해 타 호텔의 고객을 뺏어오는 재미, 해외에서 우리 호텔을 널리 알리는 즐거움, 담당하는 시장의 매출 볼륨이 커지는 그 과정이 제법 의미 있었다. 회사에서도 인정받았고 회사에 수치적으로 기여했으며 스스로 . 성장해 리더가 되었다. 


‘리더’는 내게 있어 살면서 가장 큰 챌린지가 되었고 여전히 큰 숙제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여럿의 조화를 이루게 하며 시너지와 성과를 일구어 나가는 일.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픈 마인드의 유연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소통이 가장 힘들었다. 때로는 ‘답정너’로 의견을 밀어붙이거나 실용적이고 상식적인 의사결정을 선호해 광범위한 아이디어와 의견 개진을 제한하는 나를 발견했다. 팀원의 고민, 실수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왜 이런 실수를? 난 안 그랬는데) 팀원과 1:1 소통할 때 조차 너무 엄격하다. 쌍방향의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수없이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업무는 어떤가? 더 이상 뛰어나지 않다. 다른 이들과 특별히 구별되는 역량도 없다. 자연스레 인정은 희미해져 갔고 성장은 온데간데없었다. 적당히 잘하는 그런 사람. 회사에 크게 기여하는 바도 없었다. 갈망하는 인정, 성장, 기여 3가지 욕구가 충족이 되지 않으니 만족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내가 무기력한 이유였다.  


일이 단순히 ‘생계수단’에 불과하다면 이렇게 욕구 불만과 무기력으로 힘들리 없다. 먹고 살 만큼돈 버는 것 이상인 게 분명하다. 일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게 만드는 제 1의 동력이었다. 혼자 힘으로 결과를 내기 보다 팀원, 동료들과 함께 협력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의에 도달할 것. 때로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나의 방식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화합’하고 ‘공감’할 줄 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일은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안의 인정, 성장, 기여욕구를 끄집어 내주고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찾게끔 한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회사와 나에게 기여하는 것. 갑자기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대사가 생각난다. 괴팍하고 까칠한 주인공 멜빈 유달(잭 니콜슨)이 여자 주인공에게 고백하며 마음을 훔치던 달달한 그 대사.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당신은 내가 더 나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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