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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Jul 08. 2024

칼 각 잡는 하우스키핑

DND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객실 팀 OJT의 마지막 파트는 ‘하우스키핑(housekeeping)’이었다. 객실 관리 업무는 크게 비품이나 세탁 서비스 등의 고객 요청 사항을 접수하는 ‘오더 테이킹’과 객실 청소와 정돈을 담당하는 ‘하우스키핑’으로 나뉜다. OJT 해당 업무는 하우스키퍼였다. (객실 청소와 정돈 담당 직원을 하우스키퍼 Housekeeper, 객실 관리사 Room Attendant 또는 룸 메이드 Room maid라고 부른다)

하우스키퍼의 유니폼은 짧은 소매의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 형태로 밝은 색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옅은 줄무늬 패턴이 있다. 앞에는 흰색 앞치마 입고 신발은 흰색의 편안한 실내화 스타일이다. 깔끔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유니폼부터 벌써 청결함이 느껴졌다. 그분들의 청소 실력도 끝내줄 것만 같았다.  


유니폼을 챙겨 입고 하우스키퍼를 따라다니며 ‘눈대중 교육’을 받는다. 매뉴얼에 따른 교육이 아니라 직원이 직접 청소하는 객실에서 “자, 일단 쓰레기통 비우고 베드 시트는 이렇게 걷으면 수월해.” 귀로 듣고 눈으로 본 뒤 눈치껏 알아서 체득한다. 청소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입실이다. 객실에 들어가기 전에 DND(Do Not Disturb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램프를 확인한다. 

DND 표시는 고객이 휴식을 취하거나 프라이버시를 원할 때 즉, 객실 청소나 기타 서비스를 원하지 않을 때 사용한다. 이 램프에 불이 들어와 있다면 노크조차 하면 안 된다. DND 램프가 꺼져 있다면 두세 번의 노크 후 “하우스키핑~!” 하고 벨을 누른다. 이 과정을 두 번 정도 반복 후, 반응이 없으면 마스터키(여러 객실을 열 수 있는 키)를 사용해 입실한다. 벨을 눌렀는데 혹시 고객이 안에 있다면 “고객님 객실 정비하러 왔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방문할까요?” 묻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재방문하거나 정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스킵한다. 


하우스키퍼마다 디테일한 순서에 차이가 있으나 객실 청소 절차는 대략 이렇다. 


1. 환기: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 순환 (창문 없는 경우 환기구 오픈)

2. 사용한 것 치우기: 분실물 신고, 금고, 미니바(냉장고) 점검, 모든 리넨&침구(침대시트, 베개 커버 등) 벗기기, 세척이 필요한 커피잔, 컵을 지정된 장소로 치우기, 쓰레기통 비우기 

3. 욕실 세정제 사용: 세정제를 표면에 뿌리고 최소 15분 두기 

4. 베드 메이킹(베딩): 베드 버그(벌레) 흔적 찾기. 침구 교체. 브랜드 스탠더드에 맞게 베딩 

5. 욕실 청소 

6. 먼지 제거& 물품 채우기: 수건, 욕실용품 등 

7. 객실 진공 청소

8. 객실 최종 점검: TV& 전동 커튼 작동 확인, 실내 온도 호텔 규정에 맞게 조정, 냄새 유무 확인 


OJT 실습생도 직접 청소에 가담해서 환기, 쓰레기 수거, 침구 정리를 도맡아 하고 욕실 및 객실의 세밀한 청소는 하우스키퍼가 담당한다. 사실 쓰레기 수거와 침구 정리만 해도 시간이 상당히 단축되어 많은 도움이 된다. 직원은 일 평균 청소 객실은 13 객실로 손이 빠른 분들은 15 객실까지도 한다. 기본 객실의 청소 소요시간은 평균 40분. 물론 투숙객이 내국인이냐 외국인이냐 또는 호캉스 고객이냐 비즈니스 고객이냐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내국인 호캉스 고객(일명 내국인 폭탄방)은 객실에서 음식도 먹고, 게임도 하고 맘껏 즐기다 보니 치울 것이 많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객실도 있다. 


아무튼 하루에 할당된 객실 수가 있는데 나의 도움으로 인해 시간이 단축되니 하우스키퍼 직원들은 얼마나 좋은가? 하지 않던 일을 과도하게 해서 그랬는지 첫째 날 밤 팔이 올라가지도 않고 밤에 근육 이완제를 먹고 잤다. 침대 시트를 걷어내고 교체한 뒤, 주름 없이 펼치는 과정에서 주로 양팔을 사용한다. 내가 아는 한 양팔을 번쩍 들고 흔들어 대는 일은 체조선수뿐이다.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써서 인지 무척 피곤할 수밖에. 살면서 침대 시트를 교체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름 없이 펴는 일도 보통은 아니었다. 


첫 주에는 서툰 손길로 인해 잔소리를 들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둘째 주부터는 몸도 적응이 되고 반복 학습에 의한 스킬 향상으로 제법 칼 각으로 침구를 정리해 냈다. 조금 과장해서 고객이 당장 입실해도 될만한 수준이었다. 이제는 속도가 붙기 시작해서 청소 시간이 점점 단축되자 하우스키퍼들이 나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서포트를 하는 직원들은 퇴근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청소를 마치면 슈퍼바이저(관리자)가 객실을 점검한다. 제대로 닦아서 먼지는 나오지 않는지 휴지, 수건, 로션 등 물품이 빠져 있지는 않은 지가 주요 점검 포인트다. 특히, 고객들에게 자주 발견되는 머리카락은 없는지 매의 눈으로 살핀다. 모든 게 제대로 잘 정돈이 되었다면 준비(Ready)가 완료된 객실로 시스템 상의 “clean(청소 완료)”으로 입력되고 프런트 데스크에서는 이를 확인 후, 고객이 체크인(입실) 할 수 있도록 한다. 


객실 점유율이 높은 성수기에는 객실 관리 부서에는 전화기에 불이 난다. 고객이 체크아웃 후, 청소해야 하는 객실 수가 많다 보니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체크인 대기 고객은 많고 청소해야 하는 객실은 줄을 서있고. 정규 체크인 시간보다 늦어지면 고객 컴플레인이 시작된다. 프런트 데스크에서는 청소가 언제쯤 끝나는지 객실 관리에게 확인 겸 재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나의 지원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하게 되니 OJT 현장 교육이 유명무실한 것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실습을 하며 알게 된 청소 노하우가 있는데  몇 가지 풀어 보자면. 첫째, 욕실은 세정제가 흡착되어 불리는 시간이 필요해 최소 10~15분 지나서 물을 뿌리고 솔질 또는 걸레질을 하면 때가 엄청 잘 지워진다. 특별한 세정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인체에 무해하고 FDA승인된 제품을 사용한다. 둘째, 하수구 냄새는 배수 트렌치를 들어내고 청소해 주어야 냄새가 방지된다. 셋째, 가구는 가끔 가구 광택제를 사용하여 코팅을 입혀주면 먼지도 덜 생기고 청소하기 수월하다. 넷째, 벽지나 가구 등에 흡착되어 잘 빠지지 않는 냄새는 식초를 희석한 물에 걸레를 적셔서 물기를 제거하고 약간 촉촉한 상태로 살살 닦아내면 냄새나 오염물 제거에 좋다. 실제로 호텔 객실도 냄새가 잘 빠지지 않으면 커튼과 카펫을 세척하고 나중에 식초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노하우들은 메모로만 남겨두었을 뿐, 아직 실제로 활용해보지는 못했다)


예전에 동상이몽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최수종이 해외여행에서 호텔 객실을 최대한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오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넘어서 처음 들어온 상태로 객실을 세팅한다.  그의 이런 행동은 한국인으로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한다하우스키핑 OJT 이후,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어느 숙소에 가든 최수종처럼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칼 각으로 정리된 침구와 물품들 그리고 욕실의 휴지가 삼각형으로 곱게 접혀있는 것처럼,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는 하우스키퍼들의 노력이 있어야만 호텔이 제 모습을 갖출 수 있다. 호텔에 와서 해피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하우스키퍼들도 신명 나게 청소할 수 있도록 호텔을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한 번쯤 해보는 건 어떨까? 이왕이면! 


꽃모양으로 접힌 휴지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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