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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Oct 05. 2023

퇴근 후, 회사에서 하는 독서


업무를 마친 뒤 회사에 남아 90분 가량 독서한 후 퇴근했다.

평소에는 자리에서 책을 읽어왔다.

하지만 오늘은 약간의 변화를 줘봤다.

회의실을 따로 잡아 독서한 것.

회의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통창 회의실로 잡았다.

차가운 저녁 공기와 노을 지는 하늘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북쪽으로 커다란 창이 난 회의실이다.



조용하지만 작은 소음들로 생기가 느껴지는 복도.

창밖에서 넘어 들어오는 경적소리,

아이 울음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고성방가.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음이 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집중이 잘 된다.

백색소음 같다고 할까?

때때로 요란하게 울리는 경적소리는

마치 동남아를 여행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요즘 마음이 무겁지 않은 덕인가.

많은 것들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회의실에서 독서를 하는 가장 좋은 점을 꼽자면,

이상한 고주파 음이 안 들린다는 거다.

우리 건물의 남쪽에서는 이상한 고주파 음이 주기적으로 들린다.

업무 중에야 시끌시끌하니 잘 들리지 않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또렷하게 들려 무척 신경 쓰인다.

너무 크진 않지만 작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고주파 음

사람을 천천히 미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로 좋은 점은 주의력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야근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는 소리라던가

통화하는 소리, 퇴근하며 짐 정리하는 소리 등

온간 소음들이 주의력에 훼방을 놓아왔다.

이제는 그런 것들로부터 해방이다.



집중이 잘 된 덕에 목표했던 시간보다 오래,

그리고 많이 읽었다.

계획 독서 분량의 1/3 넘게 진도가 나갔다.

예약 시간보다 30분 넘게 머물렀다.

오늘은 운이 좋아 다음 예약이 없었던 건지,

원래 퇴근 후에는 회의실 이용하지 않는 분위기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다음엔 조금 더 여유 있게 회의실을 잡는 게 좋겠다.


오랜만에 고요함과 집중, 마음의 환기를 모두 느낀

무척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비까지 내린다면 완벽하겠지?

장마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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