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우연히
<공부는 삶의 해상도를 올리는 일>
이라는 말을 알게 됐다.
위 말의 뜻은
'알지 못했을 때는 그냥 배경으로 지나가던 것들이
알게 된 순간부터 선명하게 느껴진다'
는 의미이다.
우리는 모두 그런 경험을 해봤다.
무언가를 알게 된 순간부터 그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 말이다.
예를 들면
'내가 프라다 가방을 산 다음 날부터 프라다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라거나
'뮐러 교향곡에 대해 공부한 다음 날 카페에서 그 교향곡이 귀에 들어온다' 라거나
마치 끌어당김의 법칙처럼
자기가 알게 된 것들이 우연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해봤을 거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그곳에 있었다.
단지 그동안 몰랐을 뿐이다.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동안 몰라서 인식하지 못했을 일들이
그것을 알게 된 순간 눈과 귀로 들어오게 된 거다.
마치 귀가 열리고 눈이 뜨이는 느낌이랄까?
나는 '해상도를 올리는 일'이라는 말을 듣고
두 가지 의미로 감탄했다.
첫째로 과정에 감탄했다.
'무언가를 알게 된다 → 인식하게 된다 → 선명해진다 → 해상도가 높아진다'
라고 표현하는 방법에 놀랐다.
정확히는 그런 표현을 쓸 수 있기까지의 과정에 놀랐다.
어떤 과정을 겪으면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단어를 저런 각도로 바라보고 사용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궁금해졌다.
두 번째로는 '독서'와 '생각하는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느꼈다.
지금 말하는 독서는 비단 책 읽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글로 표현된 모든 언어를 읽는 행위를 말한다.
그것은 독서라고 말할 수도 있고 공부라고도 말할 수 있다.
무언가를 읽을 때,
'이해했어!' 하고 그냥 넘어가면 절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마치 릴스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남는 것 없이 금세 휘발되어버린다.
자신은 뭔가 봤다고 느끼고 만족하겠지만,
그건 단지 착각이고 자기 위안일 뿐이다.
제대로 독서(공부)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글이나 영상 등 정보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봐야 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또는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등
'생각을 확장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자면
'이미 잘 아는 것과 연결고리 만들기'와 '시각화하기'
를 하면 더 좋다.
사람은 기존에 아는 것과 연관된 기억일수록 머리에 오래 남긴다.
일종의 연상 기억법이다.
기억과 기억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효과를 이용해
기억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만든다.
시각화하는 것은 연상 기억법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
개념으로만 알던 것을 시각화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이미지는 기존에 이미 알던 것들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연상기억이 형성된다.
나는 심리학자나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데이터로 입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과 사례에 비추어볼 때
'생각을 확장하는 것'은
분명 효과적인 독서(공부)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삶의 해상도를 높이면
마치 흑백 영화가 컬러로 보이는 것만큼이나
세상이 달라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구석구석
다양한 곳에서 흥밋거리를 찾고
재미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삶이 지루할 틈이 없다.
내가 무기력에 빠진 사람이나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독서(공부)를 권하는 이유다.
참 역설적이다.
삶을 더 활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지루함의 대명사인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
하지만 공부도 하다 보면 재미가 붙는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그렇다.
지적 호기심과 그것을 해결했을 때 얻는 쾌감이 복리로 커진다.
어쩌면 그 또한 삶의 해상도가 커지는 경험이 주는 선물 아닐까 싶다.
세상이 다채로워 보이고
모든 소리, 모든 사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경험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그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