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제이 Mar 17. 2024

번아웃이 생기는 의외의 이유

일은 바쁠수록 시간을 빨리 흐르게 만든다. 새로운 프로젝트나 흥미로운 일을 하면 몰입하게 되고 힘을 쏟게 된다.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온 힘을 다하고 틀림없이 완수해낸다.

그렇게 일이 모두 마치고 난 어느 날, 어느 순간, 문득 허무함을 느낀다. 모든 것이 무기력해지고 일하는 의미를 잃은 느낌이 든다. 마음의 울림이 없어진 탓에,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싫고 귀찮게까지 느껴진다. 번아웃의 등장이다.

우리는 한 번쯤 혹은 여러 번, 번아웃을 경험한다. 특히 열정을 갖고 힘껏 일 할수록 번아웃의 확률이 높아진다. 신입사원이 두 번째 대형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번아웃을 경험할 확률이 크다. 처음엔 긴장해서 모르고 지나갔지만, 두 번째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주는 경험과 기분을 온전히 느끼기 때문이다.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다. 일을 완료하고 난 후, 평소보다 더 지치는 기분. 뿌듯함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 '내가 변했나?', '나는 왜 이 일을 하지?', '이 일이 내게 맞나?',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가 있었나?', '아 출근하기 싫다', '아 그냥 한 달만 쉬고 싶다' 등...

그런 감정은 왜 드는 걸까. 번아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번아웃은 일의 문제이자 자신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 쪽만의 잘못이기도 하고, 둘 다 잘못이기도 하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번아웃을 못 느낀다면 그것은 자신의 문제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고 모두가 번아웃을 느낀다면 그건 그 일의 문제다.

일이나 태도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더 중요하게 바라볼 것이 있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아니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목표를 확실히 아는 일이 급선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돈일까? 물론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돈을 위해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돈을 많이 버는 일에서도 번아웃은 온다. 반대로 돈을 적게 버는 일에서도 번아웃이 온다. 따라서 돈 때문에 번아웃이 오는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번 아웃은 일의 목적성에 달려 있다. 일에 어떤 가치를 품느냐에 따라 번아웃이 결정된다.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곳에 힘을 쏟을 때' 번아웃을 느낄 확률이 가장 높다. 현재 생활고에 쪼들리는 터라 돈만 보고 일을 했거나, 아직 경험이 부족해 커리어만 바라보며 일을 했을 때가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북극성이 존재한다. 어디서든 같은 자리에 존재하며 우리의 방향을 인도해 주는 북극성 말이다. 우리는 모두 그런 목표를 마음에 품고 있다. 단지 그걸 눈치채지 못했거나, 그걸 마음 밖으로 꺼내길 주저할 뿐이다.

나에게 북극성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잘 살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은 진화적으로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다. 그렇기 떄문에 모든 사람은 공동체에 소속하길 원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만족도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그 질을 높이는 것, 많은 사람이 즐겁게 살게 만드는 것이 나의 원대한 목표다.

누군가 이런 비유를 했다. '의사가 되는 일' 보다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을 북극성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그 말에 힌트가 있다. 의사가 되는 일을 목표로 삼은 사람은 의사가 되고 나면 허무해진다. 목표를 잃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표를 더 크고 넓게 잡은 사람은 다르다. 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해지기 때문이다.

목표를 크게 잡는 일은 자신의 한계를 넓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대하고 큰 목표, 즉 매우 밝은 북극성을 만듦으로써 우리는 길을 잃지 않게 된다. 따라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자신의 북극성과 관련짓는 습관(태도)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과감해질 필요도 있다. 직업을 바꾸는 거다. 북극성과 도저히 연결지을 수 없는 일은 우리에게 필요 없는 일이다.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우리의 귀한 시간을 그런 일에 낭비할 필요는 없다. 북극성에 맞는 다른 직업을 찾는 행위는 결코 도망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이 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 넣자. '자신만의 북극성을 만들고 지금 하는 일을 북극성과 연결하기' 그런 마음가짐이 습관이 된다면, 우리는 번아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keyword

오제이 소속 오버플로우히든 직업 칼럼니스트

사는 게 기록 -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구독자 166

작가의 이전글 1년마다 새로운 몸을 가질 수 있다면? 미라클모닝? 2년 해보니 알게 된 것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