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제이 Mar 17. 2024

1년마다 새로운 몸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몸은 매일 분열한다. 지금도 이 순간에도 분열하고 있다. 쉼 없이 노후된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를 생성한다. 하루에만 약 3,300억 개의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너무 거대한 수라 감이 안 잡힐지도 모르겠다. 초 단위로 생각해 보면 1초에 약 380만 개의 세포가 교체되는 셈이다. 



 하루마다 교체되는 세포의 양을 질량으로 계산했을 때 약 80g이 나온다. 그렇게 죽은 세포의 일부는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나머지 중 일부는 기생충의 먹이로, 그 나머지는 분해되어 없어진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바뀌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200일. 길게 따져봐도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다.



 요약해 보자면 '1년 전의 내 몸은 지금의 내 몸과 물질적으로 같지 않다'라는 뜻이다.




 몸은 그렇게 쉬지 않고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정신은 어떨까? 우리는 계속 변화하고 있을까? 성장하고 있을까? 손톱이 자라나 잘라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2주 남짓이다. 그 짧은 기간에도 우리 몸은 그렇게 빨리 변화를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은 그대로, 혹은 뒤로 물러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신이라고 말하면 조금 뜬구름 잡는 느낌이다. 달리 말하면 지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고백하겠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배운 교육과정의 대부분이 기억나지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떤 기단이 우리나라에 오는지 알지 못한다. 분명 한국지리 시간에 배웠는데 말이다.



 기억하지 못한다. 이미 배워 익혔기에 알고 있음에도 기억해 내지 못한다. 왜 그럴까? 자주 꺼내어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우리의 장기기억 영역으로 이동했다. 마치 서랍 속 깊은 곳에 '언젠가 쓰겠지'라고 처박아둔 usb 케이블 같다.





 지적인 성장은 별다를 것 없다. 계속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매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지 않는 뇌는 그렇지 않은 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뇌에도 매번 기름칠을 하고 닦아주는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히 영상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무척 단순한 접근이다. 우리는 유튜브와 숏츠를 보며 깊게 생각하진 않는다. 마치 과자 한 입 베어 물듯 단순한 오락거리로 취급할 뿐이다. 그런 정보는 우리 뇌에 기름칠을 하기는커녕 도파민 중독이라는 악영향만 끼친다.





 지적 성장을 위해서는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많은 정보를 습득할 필요도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다. 하루 한 문장, 한순간이어도 좋다. 그 장면과 인상에 대해 차분히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책을 읽는다면 한 문단을 보고 책을 덮은 뒤 생각해도 좋다. (오히려 그걸 추천한다) 영상을 본다면 [다음 화 보기] 버튼이 나올 때 과감히 뒤로 가기를 누른 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본 영상이 무슨 내용이었지?', 만약 내 친구에게 이걸 요약해 설명해 준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생각 정리 기술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삶이 달라진다. 직장에서 능률이 올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능률이 오르면 그만큼 여유 시간이 생기고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더 큰 이점은 '일 잘하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한다'라는 점이다. 여기저기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결국 더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



 생각 정리 기술의 혜택은 직장 밖에서도 누릴 수 있다. 정리된 말하기는 신뢰도와 매력도를 높인다. 주변에 많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기 때문에,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말하기는 곧 무기이다. 강한 무기를 휘두르는 사람에게는 강한 힘, 즉 권력이 생긴다. 굳이 체육관에 가서 무게 추를 들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깊게 생각하는 습관만으로도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애벌레는 번데기가 된 후 나비로 다시 태어난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롭고 찬란한 몸을 취한다. 우리의 몸 역시 약 1년이 흐르면 낡아 없어진다. 1년 후의 자신이 '주름만 늘어난 새로운 몸'이 될지, '지적으로 성장한 매력 있는 몸'이 될지는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사색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