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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r 16. 2024

자기 계발이 나쁜 건가요?


 디자인 팀에서 진행하는 브레인스토밍 시간이었다. 고소한 원두 향이 은은히 녹아 있는 카페에서. 우리는 지름 1미터가량의 넓은 원목 테이블에 참새처럼 둘러앉아 주절주절 떠오르는 대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팀 리더는 자기가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도 마침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라 공감하며 이야기를 보탤 때였다. 창을 등지고 앉아 있던 한 사람이, 마치 그물에 걸린 미꾸라지처럼 몸을 파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으~~ 나는 자기 계발서 읽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돼. 맨날 뻔한 얘기만 써 읽고 말이야. 나는 절대 그런 거 안 읽잖아.'





 나는 그런 사람을 송곳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짜증과 불만 가득한 유형의 사람이다. '자신만의 신념에 사로잡혀 남의 의견이나 생각을 무시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멍청함을 과시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어느 무리에 가든 한 명식은 꼭 있다.



 송곳 같은 사람의 말은 대중의 마음에 쉽게 침투한다. 무자비하게 헤집어 놓고 나 몰라라 제 갈 길을 간다. 상처는 치유하는 것보다 내는 게 훨씬 쉽다. 송곳으로 헤집어져 난도질 당한 마음에는 경계심이 자라난다. 그리고 그 경계심은 사람의 입을 다물게 만든다. 송곳 같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싫은 소리는 아무리 돌려서 이야기해도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그 싫은 소리를 직접적으로 들으면 어떨까? 본인은 솔직한 성격이라는 미명하에 싫은 소리를 여과 없이 말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곤란하고 짜증 날 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다 같이 모여있는 자리에서라면,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칼을 든 강도를 만나면 도망쳐야 하듯, 송곳 같은 사람이 있는 자리는 벗어나야 한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은 우리 인생과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음을 눈치채야 한다. 똥은 더러워서 피하지만 칼은 무서워서 피한다. 송곳 같은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다. 굳이 맞서지 말고 자리를 피해야 한다.





 인간은 상황에 쉽게 물들고 적응하는 생물이다. 송곳 같은 사람이 주위에 많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송곳처럼 변한다.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칼을 든 강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송곳 같은 사람의 반대편에는 연고 같은 사람이 있다. 상처를 치유하는 연고 말이다. 연고 같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마음이 난로처럼 따뜻해지고 들판처럼 넓어진다.



 우리 주변을 연고 같은 사람으로 물들여야 한다. 그런 상황에 몸을 푹 담궈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인생도 사려 깊고 너그러워진다. 인생에 한 명쯤은 송곳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말은 '인생에 한 명쯤은 칼을 든 강도를 친구로 둬야지'라는 것과도 같다.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절대 가까이 두어 선 안된다. 그것은 언젠가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





 사람의 입은 곧 무기가 된다. 어떻게 말하냐가 곧 어떤 사람인지를 대변한다. 우리가 주위를 연고 같은 사람들로 가득 채울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연고 같은 존재가 된다. 사람은 더불어 살기 위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될 수 있는 영향력, 그 누군가는 가족이될 수 있고 오늘 아침 길 위에서 처음 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우리 인생의 목적이 그 영향력에 있다고 믿는다.



 연고 같은 사람이 되자. 그렇게 우리의 주변을 아름답게 물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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