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에 지쳐 복도 바닥에 앉아 쉬다가 무심코 천정을 올려다봤다.
'예전엔 하얀색 석고로 된 천장을 바라보고 일했었는데, 이제는 층고도 높고 멋진 건물에서 일하니 참 좋구나...'
엘리베이터 옆 택배실에 앉아 그런 생각을 했다. 학교나 병원 그리고 사무실에서 자주 쓰는 그 하얗고 이상한 무늬가 패턴으로 그려진 석고 천장. 그걸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감사했다.
'예전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간 여전히 석고 천장을 보며 일하고 있었겠지?'
순간 머릿속이 번쩍거렸다. 나는 내면의 숨은 노예근성을 발견했다. 나는 여전히 근로자가 될 생각만 하고 있었구나. 나의 마인드가 그래서 나는 계속 이렇게 지내는 거였구나.
만약 이곳이 내 사무실이었다면, 이곳이 나의 공간이었다면, 저런 천정이건 타일이건 벽지건 무엇이 중요할까. 중요한 건 마음가짐인데, 나는 계속 근로자인 태도로 살아오고 있었구나.
작은 깨우침을 느끼고 나니 아쉬움도 슬픔도 미련도 기쁨도 열정도 희망도 모두 부질 없게 느껴졌다. 끝없는 허무주의나 우울감에 빠진 건 아니다. 단지 그 모든 감정으로부터 마음을 분리시킬 수 있는 매우 이성적인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마치 한 차원 높은 사고에 눈을 뜬 느낌이다.
이 깨달음은 언제까지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다. 다행인 점은 우울하지 않다는 거다. 관성에 따른 기대나 희망과는 다른, 보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최근 들어 내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외면도 많이 바뀌었지만 특히 내면이 많이 달라졌다. 매우 단단해지고 강해졌다. 예기치 않은 사건에도 쉽게 당황하거나 화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즉시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해나간다. 문제 해결 능력이 상당히 높아졌다.
요즘 내 입가에 머무는 단어는 이런 것들이다.
'만약 (천재적인 누군가) 라면 어떤 식으로 사고했을까'
'어떤 식으로 대답했을까'
'어떤 태도로 움직였을까'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한 스스로의 물음이다. 행동하기 전 그런 물음을 스스로와 주고받고 나면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나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삶도 한결 편해진다.
그런 물음이 나의 내면을 더 매력적이고 차분하게, 그리고 친절하고 상냥하도록 만든다. 그러면서 사회적 수준이 높아지고 내적 성장도 지속된다.
최고의 성장은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일이다. 앞서 이야기한 '만약 (천재) 라면 어떤 식으로 사고했을까' 전략은 좋은 사람을 주변으로 끌어 모으는 데 최고의 효과를 보인다. 이 전략은 타고난 것이 반, 깨우쳐 익힌 것이 반이다. 요즘은 후자의 반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책을 많이 읽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그것이 몸으로 느껴질 때마다 기분 좋은 체험을 한다. 매일이 기대된다. 나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앞으로 세상은 내게 얼마나 더 멋진 것들을 보여줄까.
40을 바라보는 시간. 나의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무척 어리고 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