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수명을 늘리는 새로운 치료법(요법)을 발견했다. 기억력도 강화하고 창의력도 높여준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도 한다. 몸매를 더 날씬하게 유지하고 식욕도 줄여준다. 암과 치매도 예방한다. 감기와 독감도 막아 준다. 심장 마비와 뇌졸중, 당뇨병 위험도 줄여 준다. 행복감은 높이고 우울감과 불안을 낮춘다.*
이것을 이용하면 매달 수 십만 원어치 영양제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의 효능은 거의 완벽하게 입증됐는데, 이것에 관한 1만 7천 편이 넘는 논문과 각종 임상 실험 결과가 그 증거다. 심지어 이것은 처방전 없이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비용? 사실 그게 가장 논란이다. 왜냐하면 땡전 한 푼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위와 같은 문장으로 홍보하는 약이 있다면 솔깃할까? 실제로 존재만 한다면 오픈런을 해서라도 가지러 가고 싶지 않을까?
재밌는 사실은 우리가 이미 그 약을 갖고 있고, 매일 복용 중이라는 점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은 그 약을 온전히 복용하지 못하고 쪼개서 먹거나 일부만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약은 온전한 크기로 먹었을 때만 효과를 내는데 말이다.
그 신비로운 약의 이름은 '잠'이다. 우리는 잠을 잘 잠으로써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면역력이 증대되며, 외적으로도 건강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 앞선 홍보문에서 과장된 부분은 단 하나도 없다. 모두 잠이 주는 실질적이고 확실한 효과다.
이쯤 되면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 거다. 우리는 모두 잠을 자는데? 왜 그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건 우리가 '잘 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잘 잔다는 건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충분한 시간 동안 푹 자는 것이 좋다는 것을 말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하루에 7시간 ~ 9시간가량 깨지 않고 안전하게(약물의 영향 없이) 잠드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잠을 쪼개 자거나 주말에 몰아 자는 등 자신만의 수면 요령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게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아침마다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를 한 잔씩 들이키면서 말이다.
잠을 잘 자면 아침에 커피를 마실 필요가 없어진다. 아침에 졸음이 몰려온다는 것은 잠을 잘 못 잤다는 증거니까. 우리는 그렇게 아침에는 졸음을 쫓아내려 노력하고,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잠을 자려고 애를 쓴다. 이보다 아이러니할 수 있을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잠을 줄이려고 애쓴다. 어떻게든 잠을 줄여 눈 뜬 시간을 확보하려 한다. 그 결과 말도 안 되는 유사과학을 좇거나 카페인을 다량 섭취하고 만다. 심한 경우 수면제나 각성제에도 손을 댄다.
잠을 줄이는 것은 수명을 줄이는 것과 같다. 잠의 총량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우리의 몸은 아직 생물학적, 진화적으로 잠을 필요로 한다. 2024년 현재, 수면을 줄이고도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불면증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고, 그러면 다음날 아침 모자란 잠이 몰려온다. 그리곤 마치 커피를 약처럼 마시며 밀린 잠을 물리친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나?
여기 그 문제를 해결할 매우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수면 과학의 대가인 매슈 워커가 쓴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어보는 거다. 매슈 워커가 일평생 잠에 대해 연구하고, 학계의 실험 자료를 모아 만든 인생의 역작이다. 하지만 여기엔 사소한 문제가 있다. 그건 바로 '독서'의 어려움이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매우 쉽게 쓰인 인문 과학서다. 잠이라는 매우 대중적이고 흥미로운 주제에 매슈 워커의 유쾌한 유머까지 더해져 읽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무척 가벼운 마음으로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왜 '독서의 어려움'을 문제라고 할까?
그건 이 책이 소위 말하는 '벽돌 책'이기 때문이다. 512쪽, 775g.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무게다. 아무리 쉽게 썼다 한들, 하루 이틀 만에 단숨에 읽기엔 벅찬 페이지 수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이 책은 대니엘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급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다. 정확히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잠에 대한 오해'가 단순한 오해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잠의 유익을 교과 과정으로 넣고 싶은 욕심이 들 정도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점점 잠 전도사가 되어가고 있다.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잠의 유익과 개선법을 전달하는 요즘이다. 개인적 이익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큰 잠에 대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그동안 찾고 있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몇 편에 걸쳐 매슈 워커의 가르침을 요약해 소개하고자 한다.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다른 플랫폼을 이용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볼 생각이다. 일이 진행되는 대로 이곳에 소식을 공유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매슈 워커의 <Why we sleep>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