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년 넘게 매일 나의 일을 기록하고 있다. 종이에 기록한 세월까지 합치면 10년 가까운 시간이다.
처음엔 누가 볼까 두려워 워드에 비밀번호를 달아 놓고 작성했다. 이건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부분이다. (엄마들은 왜 자식 일기장을 열어볼까?) 매일 A4 용지 1~2장씩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한 두해 분량 글이 쌓이자 컴퓨터가 버티지 못했다. 그래서 두 번째 문서를 만들어 작성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컴퓨터가 망가질 때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출장을 가더라도 어디서든 같은 곳에 일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대안이 클라우드였다. 그렇게 나의 일기는 처음 인터넷에 발을 들였다.
이후 여러 클라우드를 전전하다 현재는 구글 캘린더를 활용해 일기를 쓰고 있다. 매년 반복 일정 기능을 활용해 순환 일기를 쓴다.
2019년도부터 2023년까지는 한 일정에 기록해왔다. 하지만 최대 글자 수 제한을 이유로 2024년부터는 새롭게 반복 일기 일정을 등록했다.
이렇게 일정 하나에 반복해서 일기를 작성하면 좋은 점이 있다. 과거의 내가 오늘 무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지난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좋고, 생각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물론 나도 종이에 일기를 쓰는 걸 더 좋아한다. 좀 더 생각할 여지가 있고, 사각거리는 소리와 느낌이 묘하게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일기에 개인적인 생각이나 비밀스러운 내용을 적을 일이 많기에, 아직은 비밀번호로 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기록을 선호하고 있다. 게다가 이쪽이 시간 절약은 물론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다.
일기 쓰는 게 좋다는 사실은 독서의 중요성만큼이나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좀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귀찮고 힘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매일 반복하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심지어 글까지 써야 한다니 왠지 창작의 고통마저 느끼는 기분일 테다.
그럼에도 나는 힘줘서 이야기하고 싶다. "일기를 쓰면 우리의 삶은 변한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말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세상은 글을 쓸 줄 아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는 할 말이 많지만, 일단 한국의 독서량 감소 경향 및 교과 과정 내 작문 수업 비중 만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답이 나온다.)
일기 쓰기의 장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테지만, 거기에 나도 조금만 보태고자 한다. 내가 꼽는 일기의 장점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나의 현재 상태를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논리적 사고와 말하기 능력이 강화된다'라는 것.
첫 번째 장점은 일기 자체가 갖는 속성이고, 두 번째 장점은 글쓰기가 가져다줄 혜택이다. 내가 늘 강조하는 '말'의 힘, 말의 권력. 그 배경에는 글쓰기가 있다. 하지만 매일 글쓰기를 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므로, 그 대안으로 일기를 권하는 것이다.
일기는 결국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어 줄 것이고, 글을 쓰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말의 힘을 키워줄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더 높은 곳을 향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단단한 초석이 될 글쓰기 능력, 일기는 그것의 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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