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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Apr 30. 2024

소비 심리를 역이용해 대인 관계 개선하기


'옛날 프랑스에 디드로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친구에게 고급스러운 붉은색 비단 가운을 선물받았다. 집에 고급스러운 물건이 들오니까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든 디드로. 기존에는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이던 가구와 소품들이 갑자기 낡고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상을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벽걸이를 바꿨고, 결국 모든 가구와 인테리어를 그 붉은 가운에 맞게 바꿔버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린 디드로. 그는 이 모든 과소비가 그 붉은색 가운 하나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아차리고 화들짝 놀랐다.'



위 이야기는 <나의 오래된 가운을 버림으로 인한 후회>라는 프랑스 학자 드니 디드로의 에세이에 소개된 일화이다. 일명 디드로 효과라고 불리는 이 원리는 사람의 독특한 소비심리를 표현할 때 자주 인용된다.



디드로 효과의 핵심은 이것이다. '사람은 여러 물건을 두고 상호 연결성을 가진 채 환경을 구축하려 한다. 즉 새로운 물건을 가진 후 그에 어울리는 물건을 끊임없이 구매하여 심리적 통일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런 경험을 한 번쯤 해본다. 평소에는 사지 않았을 물건이지만, 새로 교체된 물건 때문에 계획에 없던 물건을 연달아 사게 되는 경험 말이다. 예를 들어, 평소 일반 브랜드 가방을 들고 다니다 제법 큰돈을 주고 명품 가방을 샀다면? 그 가방에 어울리는 옷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가격대의 옷을 사면? 이번에는 그와 어울리는 구두, 혹은 귀걸이나 목걸이 나아가 반지나 팔찌까지 바꿔야만 한다고 느낀다.



새로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구입하게 될 때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새로운 기기가 생기면 그에 맞는 케이스, 필름, 고속 충전기, 멀티 포트 등의 추가 지출이 이뤄진다. 애초에 그걸 계획하지 않았지만 그 소비가 꼭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이렇듯 새로운 물건이 기존의 소지품과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디드로 효과라고 한다.






디드로 효과는 소비 심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걸 꼭 소비에 국한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고를 조금 더 확장해 보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 만화책과 웹툰, 유튜브만 보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좋은 강연이나 책 등을 읽게 됐다. 그의 머릿속에 새롭고 고급스러운 정보가 들어온 것이다. 그러면 기존에 머릿속에 있던 사고와 생각들이 낡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새로 들어온 정보의 무게감과 기존 정보의 무게의 균형이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 들어온 멋진 정보에 맞는 다른 생각을 채우기 위해 더 나은 책을 찾아 읽거나 강의를 듣게 된다. 디드로 효과가 만든 긍정적인 사이클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심리적 효과는 만나는 사람, 즉 관계 개선에도 적용할 수 있다. 평소 길거리에 침을 뱉고 비속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친구들과 어울리던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에게 어느 날 품격 있고 교양 있는 수준 높은 사람과 가까운 관계를 맺는 인연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깊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미 그것들을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디드로 효과를 인지하고 나면, 자신의 소비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과소비나 충동구매인지, 아니면 정말 필요로 인해 구매하는 것인지 가늠하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그 힘은 비단 소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관계를 개선하거나 지적 수준을 향상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그 심리 효과를 의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환경 안에 의도적으로 좋은 것을 들여놓을 수만 있다면, 우리 내면에서는 그것과 기존의 것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날 것이다. 낡은 사고와 더러운 것들은 버리고 깨끗하고 좋은 것들을 채워놓으려는 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그것은 즉 의도적으로 좋은 것들을 내면에 채움으로인해, 삶을 대하는 태도나 지적 수준을 올리는 연쇄작용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내가 평소 꾸준히 이야기해오던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삶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환경을 바꾸는 일이다. 달리 이야기 하면 노는 물을 바꾸라는 거다. 그러면 우리는 사회적 디드로 효과로 인해 더 나은 물, 더 나은 수준, 더 나은 환경을 우리 삶에 채워 넣어 균형을 맞추려 들 할 것이다.



늘 그렇듯 힘든 건 '시작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힘들고 안타까운 것은 무지, 즉 정보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아는 힘이 생겼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게 됐다. 그러니 지금 남아 있는 일은 오진 '시작하는 일' 뿐이다. 움직이자. 그러기만 하면 사는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여러분의 시작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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