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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01. 2024

우리가 책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안 읽는 이유


책은 밥과 같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영양분이다. 가끔 인터넷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발견하곤 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더 좋은 거죠?' 그런 질문을 보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어진다.



'밥을 어떻게 드시나요?', '몇 번 씹고 삼키시죠?', '숟가락은 몇 그램짜리를 사용하세요?'



만약 위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무슨 대답을 하게 될까. '뭘 그런 걸 물어? 그냥 먹는 거지!' 그게 바로 책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책은 그냥 읽으면 된다. 읽다 보면 감이 온다. 많이 읽을수록 책을 읽는 수준(지적인 수준과 무관하다)이 올라간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 어려울 것 하나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은 잘만 하면서 책 읽는 건 어려워한다. 인터넷 역시 하나의 책인데 말이다. 인터넷은 여러 개의 페이지로 구성된 하나의 문서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인 홈페이지나 웹페이지만 해도 그렇다. 단어 자체에 '페이지'라는 말이 들어간다.



우리는 인터넷 기사나 유머 사이트에 올라온 재미있는 게시글은 몇 시간이고 빠져 읽는다. 누구나 수 십분에서 수 시간 정도는 집중해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있다. 그 말은 즉,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건 못 읽는 게 아니라 안 읽는다는 뜻이다. 대체 왜일까? 우리는 왜 책에 관심이 없는 걸까?



친구나 주위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면 다들 표정이 굳는다. 좀 전까지 넷플릭스 시리즈를 추천할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책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 같다. 세계적인 통계를 볼 때 한국의 독서량은 처참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 한다. 왜 그런지 고민해 봤다. 잠깐만 생각해 봐도 알 것 같다. 입시제도 때문이다.





우리는 독서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책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12년 의무교육 기간 동안 우리는 강제로 책을 들고 다녀야 했다. 말 그대로 의무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오랜 시간 공부와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러니 책은 쳐다도 보기 싫을 거다.



게다가 이제는 대학교도 거의 의무교육에 준하는 입학률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보다 가는 사람이 더 많다. 이 정도면 대학교도 의무교육에 포함해야 하는 건 아닐까? 어쨌든 대학 전공서는 12년간 경험한 교과서와는 또 다른 영역이다. 두께부터 무게까지 말 그대로 어마무시하다.



그렇게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을 강제로 더 책을 봐야 한다. 그러고 나면 책은 진절머리가 날 수밖에. 당연한 일이다. 이런 입시제도와 교육 환경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나무라는 일이 오히려 잘못된 행동이다.




인터넷 기사나 유머 게시글은 집중력 있게 잘 읽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된다. 우리는 활자를 읽는 기술에는 모자람이 없다. 12년에서 16년 가까이 책을 읽어왔으니까. 단지 더 이상 '책'이란 존재를 들여다보기 싫은 것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책'은 곧 '교과서'다. 그게 사람들이 책을 기피하는 본질적 이유다.



앞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소 오만했다. 질문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채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만 판단한 답이었다. 이제 와 대답을 고쳐본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다.



'만화책도 좋고 소설도 좋아요. 처음엔 쉽고 잘 읽히는 책부터 읽으세요. 가볍게 읽는 습관을 들이려면 언제 어디서나 꺼내볼 수 있는 전자책을 추천해요. 책에 관심 가져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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