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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08. 2024

가만히 있으면 정말 중간이라도 될까?

600일의 도전


 5년 전 나의 삶은 편안함에 취해 있었다. 편안함이라고 믿고 싶었던, 실은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삶에 만족하고 싶어 스스로를 속였다. ‘이만하면 됐다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내 인생에 이만큼이면 과분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평범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삶이라 다행이라 여겼다. 마치 그게 행복이자 행운인 줄로 착각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불과 5년 전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한참 생각이 모자라고 나약하기 그지없던 시기다. 당시의 난 더 발전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안주하고 머물렀다. 평범한 삶이 곧 안정적인 삶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에 한 치의 의심도 담지 않았다. 더 비참한 것은 당시의 나 자신을 평범한 삶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스스로 중간은 가니까 괜찮다고 위로한 점이 애석하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은 누가 처음 한 걸까? 그 말에 담긴 진짜 의미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말은 되도록 꺼내지 말라’라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 어느새 그 ‘가만히’가 다른 가만히로 변해버렸다. 도전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면 중간의 삶, 즉 중산층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고 오해하게 됐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된다. 물도 가만히 있으면 고이고 썩는다. 살아있는 것은 흘러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 부닥쳐야 한다. 우리는 파동으로 존재한다. 가만히 있고 싶어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는 게 정상이고 움직이는 게 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틀렸다. 움직이는 게 정상이고 가만히 있는 게 힘을 들이는 일이다. 정상임을 거부하는 상태이다.





 우리는 아기 때부터 그랬다. 늘 움직이고 호기심을 갖고, 무언가 배우려 들고, 쟁취하고 맛보고 이해하려 했다. 그것들을 이뤄내기 위해 온몸을 다 바쳐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우리의 움직임은 점점 나약해져간다. 몸이 나약해지니 의지도 나약해진다. 더 이상 알기를 거부하고, 새로움 앞에 바리케이드를 친다. 지금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기도 하고,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믿기도 한다. 정보의 과잉 시대라는 허울 좋은 변명 뒤로 숨어 새로운 것을 배우길 거부한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썩는다. 우리의 몸도 그렇고 정신도 마찬가지다. 물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노화한다. 10이라는 게 존재하면 시간이 흐르며 0에 가까워진다. 가만히 있으면 그렇게 된다. 가만히 있다고 해서 10 전체를 온전히 보존할 수 없다. 10을 10으로 보존하기 위해선 움직여야 한다. 현상 유지를 위하는 데도 엄청난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가만히 있으면 10이 10으로 그대로 있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게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실제로 내면 깊은 곳에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걸 인정하면 피곤해질 일이 너무 많기에, 스스로 속이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옛말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말이다.





 움직이고 변화하면 삶이 달라진다. 아니 어쩌면 달라지지 않는다. 보통의 삶으로 현상 유지를 하며 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후퇴하지는 않는다. 소멸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장 우려스러워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것들 예를 들면 돈이나 건강이 0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노화로 인해 약해지거나, 쌓아둔 부가 점점 마이너스로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현상 유지, 즉 중간이라도 가는 것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움직여야 한다. 불편하고 귀찮고 힘이 좀 들겠지만, 그렇게 해야 손실이 일어나지 않는다. 0에 가까워지지 않는다. 움직임으로 인해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10은 10으로 남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을 테고 그것보다 더 욕심이 있는 사람이 있을 테다. 나의 경우 후자다. 나는 10이 11이 되길 원한다. 아니 10이 100이 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 움직이다. 변화를 시도한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거다.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현재 나는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고 느낀다.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닌 주위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전과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나는 내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었는지 알고 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안다. 만약 그 비밀을 알려준다면 여러분들은 도전할 마음이 있는가? 아니면 그저 머무를 텐가? 그 행동의 비밀은 방금 그 물음의 답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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