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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13. 2024

‘저는 지금 잘 살고 있나요?’에 대한 대답

600일의 도전


 ‘저는 지금 잘 살고 있나요?’ 그런 질문을 자주 접한다. 그럼 되묻고 싶다. ‘잘 사는 게 뭔가요?’ 잘 사는 것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그런 질문을 하게 된다. 스스로 답을 정하고 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게 되는 거다. 나는 그런 상황에 놓은 이들을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들은 현재보다 나아지고 싶은 마음에 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처지에 놓인 것이니까.



 잘 사는 것은 ‘자기 철학을 갖고 자기 존재를 인식하며 사는 것’이다. 그렇게 정의만 내려줄 수 있을 뿐,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삶인지, 어떻게 사는 게 옳은 삶인지 평가하고 답을 주는 건 내 몫이 아니다. 그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 하는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그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사실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만약 누군가 그 답을 줄 수 있다고 다가온다면 그 사람은 아마 당신에게 가스라이팅이나 세뇌를 시도하는 중일 수도 있다.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자기 삶을 직접 바라볼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다. 사람마다 인식하는 삶의 해상도는 다르다. 그러므로 각자 다른 답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3스타 미슐랭 맛집의 메뉴는 맛있나요?‘라는 물음의 답변과도 같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각이 다르고, 그날의 요리사의 컨디션이나 재료 상태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간이 심심한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간에 센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다. 삶도 마찬가지다. 개인마다 갖고 있는 경험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답을 미리 정해둘 순 없다. 





 자기 삶을 스스로 인식한다는 건, 마치 남의 삶을 구경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남의 이야기에 참 관심이 많다. 훔쳐보고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 그런 행위가 우리 뇌에서 도파민(기분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물질)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도 비슷한 심리가 작동한 탓이다. 최근 관찰 예능이 유행하는 이유도 그렇다. 인간이 가진 심리적 본능을 파악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다. 



 우리가 남의 이야기를 볼 때, 우리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평가하고 비교하길 좋아한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의 삶을 평가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제 그 능력을 자기 인생에 사용할 차례다. 자기 인생을 평가하고 비교함으로써 현재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기준과 철학을 만들게 된다. 모든 비교에는 대상이 필요하다. 남의 인생을 평가할 때, 우리는 남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비교했거나, 남의 인생과 더 나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저울질했을 거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은 무엇과 비교하는 게 좋을까? 정답은 자기 인생은 자기 인생과 비교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좋은 걸 넘어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우리가 불행감을 느끼는 대부분의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남의 인생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남의 떡은 언제나 커 보이는 게 불변의 진실이다. 남들이 시도한 노력과 실패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들의 성공한 부분만 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은 그에 비해 형편없어 보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 인생을 평가할 때는 반드시 자신의 인생, 즉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야 한다.





 자신의 인생을 평가할 줄 알게 되면 마음속에 뜨거운 감정이 끓어오른다. ‘이대로는 안되겠어’라던가, ‘지금 인생은 거지 같아’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 왜냐하면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은 이미 이전부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자기 철학이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자기 인생을 들여다보고 평가한 다음에는 꼭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평가의 옳고 그름, 그동안 실행한 여러 행동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자신만의 철학을 갖질 수 있게 된다. 이때 우리가 얻은 철학은 다소 얇고 초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깊이와 수준이 높고 낮음은 신경 쓸 게 못된다. 누군가는 개똥철학이라고 부를지언정, 그것은 그들의 의견일 뿐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은 그런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잘 살기 위해선, 자기 인생에 대한 판단과 질문을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내면과 대화할 줄 아는 것에서부터 ‘좋은 삶’은 시작된다. 우리의 인생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의 인생은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다. ‘지금 제가 잘 하고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은 멈추자. 그 대신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을 들이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게 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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