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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n 15. 2024

무지에서 오는초심자의 행운을아껴써야 하는 이유

600일의 기록


 첫날에는 포스코 쪽에서 호미곶까지 걸었고, 둘째 날에는 호미곶에서부터 구룡포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둘레길)을 걸었다. 만약 첫날과 둘째 날의 일정이 서로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예상컨대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 것이다.



 첫날은 너무 힘들고 거친 길이었다. 하지만 원래 그런 줄 알고 참았다. 그래서 완주할 수 있었다. 파도가 길을 덮으며 몰아치고,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길을 걸으며 귓가로 모자와 옷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원래 그런 코스겠거니, 이게 기본 난이도겠거니 생각하며 나아갔다.



 반면에 둘째 날에는 무척 고요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옷 사이를 간질이듯 지나갔다. 햇볕도 세지 않았다. 중간중간 쉴 곳이 있었다. 돗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걸었다. 그런 둘째 날을 경험하니 비로소 첫날이 유독 힘들었던 날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다음 날 다시 첫 코스를 가라고 한다면? 아마 못 가지 않을까 싶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떤 프로젝트든 처음 해보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어두운 지도를 뚫고 새 길을 발견하며 나아간다. 그러나 두 번째에서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이미 해봐서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삐그덕대면 움추려든다. 나아감을 멈추고 초조해한다. 두 번째일이 첫 번째 만큼 잘되지 않는 이유는 그런 데 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도 거기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처음이기에 무작정 들이대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만든 행운인 것이다.





 모든 일에 무작정 덤벼드는 것이 좋다. 단 어설프게 적당히 하다 포기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초심자의 행운을 흠뻑 누리고 그다음을 맞아야 한다. 우리는 살며 여러 가지 기회를 맞는다. 그리고 그 기회의 대부분을 스스로 걷어차버린다.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변명’으로,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그러나 기회는 언제나 완성된 형태로 다가오지 않는다.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어떤 기회든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끝마쳐야 한다. 적당히 해보고 포기한다면 그것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그 일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힘들뿐더러, 다시는 그 일에 재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게 된다.



 뭣 모를 때니까 끝까지 해내지, 막상 알고 나면 다시는 하기 싫어지는 일이 있다. 만약 그 일이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떻겠는가? 뭣 모를 때 끝까지 해두었다면 좋지 않겠나. 다음에 힘든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하려면 더 힘들어질 테다. 끝마치는 힘 어쩌면 그 힘이 초심자의 행운을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무지에서 비롯되는 용기와 힘이 있다. 그것들을 잘 이용한다면 우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또 완성시킬 수 있다. 일단 시도해 보고, 끝장을 보라. 그래야 온전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훨씬 나은 두 번째 도전을 만들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중간에 포기해선 안된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10 대 0으로 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추격골을 넣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만약 10 대 1로 한 골을 만회하고 경기를 마친다면, 졌지만 완전히 진 게 아니다. 그 1골의 경험이 다음 경기로 이어져 다음 경기를 승리하게 만든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많이 봤다. 10 대 0으로 지는 것과 10 대 1로 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포기하지 않아서 얻은 한 골이 다음 경기를 바꿔 놓는다. 그러므로 절대 끝날 때까지 포기해선 안된다.



 우리의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 위기와 사고를 온전히 경험하고 끝까지 완주하고 나면, 그때 남는 것이 생긴다. 그리고 앞으로 생길 내일의 일들은 그전보다 한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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