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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n 21. 2024

두려움을 넘어서는 연습의 힘

600일의 기록


 ‘두려운 상태’에 들어선 순간 우리는 ‘의심’을 품는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믿던 것들도 위기 상황에 놓이면 그 믿음이 약해진다. 위기 앞에서 사람은 논리적이고 분석적 이어진다.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결과를 내는 사람’과 ‘결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의 운명은 거기서 결정된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믿음을 행동으로 가져갈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은 결과를 만들 것이다. ‘두려움으로 인해 믿음을 의심하고 행동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은 결국 포기할 것이다. 위기 앞에서 우리의 믿음은 맨얼굴을 드러낸다. 그건 인생의 많은 부분에 나타난다.





 축구에서 강팀은 늘 강팀이다. 매년 상위권에 있는 팀들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강팀일까? 그들만의 비결이 있을까? ‘감독, 전술, 공격력, 수비력, 선수들의 팀워크’ 때문일까? 물론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데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바로 이것이다. ‘골 결정력’ 상위권 팀들은 무조건 최고의 골잡이들을 보유하고 있다.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가 아니라 진짜 골을 넣는 선수를 영입한다. 골이 곧 승리이기 때문이다. 좋은 수비수와 멋진 팀플레이로 실점을 막는다고 해서 우승할 수는 없다. 실점을 아무리 열심히 막아도 승점은 1점(무승부) 밖에 얻지 못한다. 우승을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하다. 승리에는 반드시 골이 있어야 한다.



 가끔 하위권 팀들의 스트라이커를 보며 의문을 갖곤 한다. 소위 ‘밥만 먹고 축구를 하는 사람’들인데, 왜 그들의 골 결정력은 차이가 나는 걸까? 상위팀 선수나 하위팀 선수나 혼자 연습할 대는 모두 골대에 공을 넣는다. 그러나 그들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진짜 경기가 시작되고 수비수들이 그들의 앞을 막는 순간이다. 연습 경기에서는 날아다니는데, 실제 경기에서만 죽 쑤는 스트라이커들이 많은 이유가 그렇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고 두려움이 만든 자기 믿음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두려움에 직면하게 되면,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려 든다. 멈칫하거나 주저하게 된다. 평소에 맞다고 생각하던 것들조차, ‘혹시 아닌가?’ 하는 의심에 가둔다. 그렇기 때문에 슈팅 타이밍이 와도 섣불리 차지 못한다. ‘자기가 지금 이 순간에 슛을 하는 게 맞을지, 한 번 접는 게 더 최선일지, 슛을 제대로 찰 수 있을지’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 머뭇거리는 찰나에 수비가 다가온다. 그러면 한 번 더 공을 드리블할 수밖에 없고, 결국 수비벽에 가로막히거나 잘못된 슈팅을 날린다. 이 현상은 모든 뒤처지는 팀들의 스트라이커가 갖는 고질병이다. 스스로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 그것을 보유하지 못한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지 못한다.





 얼마 전 포항 워크샵을 갔을 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우리는 스페이스 워크라는 설치 미술 작품을 구경했다. 마치 롤러코스터 레일같이 생긴 공중 도로를 두 발로 직접 걸어 다녀볼 수 있는 체험형 작품이었다. 그 도로는 다소 위험해 보였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펜스를 제외하곤 어떤 안전 장비도 없었다. 낙하물에 대비한 그물망 같은 것도 없었다. 그것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작품의 중간쯤 갔을 때 나는 얼어붙었다. 대략 건물 3~4층 높이쯤 올라갔는데, 포항의 바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도로가 좌우로 흔들린 탓이다.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펜스를 잡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게 힘들 정도였다.



 기념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카메라를 드는 순간, 나는 두려움과 마주했다. ‘만약 지금 스마트폰을 놓치면 어떻게 되지?’, ‘아래 지나가는 사람 머리에 맞는 거 아니야?’, ‘내 그립톡은 완벽하게 붙어 있나?’, ‘혹시나 그립톡이 분리되면 어쩌지?’, ‘내가 긴장한 탓에 손에 땀이 많이 나는데, 미끄러지는 거 아냐?’, ‘촬영 버튼을 누르다 미끄러져 손에서 놓치면?’ 평소라면 들지 않았을 사소한 걱정들이 한 번에 머릿속으로 밀려왔다. 그 걱정의 쓰나미 앞에서 나는 보잘것없이 작아졌다. 그리고 그 위축된 감정이 사진에 고스란히 남았다.





 우리는 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까? 나는 위기가 오는 찰나야말로, 우리가 갖는 ‘믿음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가 믿는 것을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가’는 위기를 맞아 봐야 명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서는 어느 위치에서든 슈팅하면 골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경기가 시작되고 90분에 한두 번 오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 상황에서는 어떨까? 그때 골을 넣지 못한다면 그 스트라이커는 사실 슈팅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위기가 닥쳐야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믿음은 위기 속에서 명확해진다. 



 믿음의 농도를 보다 농밀하게 만드는 비결이 있다. 충분한 연습이다. 그것은 성공의 연속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계속 최선을 다해 탁월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생각만으로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실제 행동까지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행동은 그냥 한 번 해보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준비해서 완벽하게 쏟아붓는 걸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쌓은 연습만이 우리의 믿음을 강화시킬 수 있다. 거기서 얻는 경험만이 진짜 우리 마음속에 남는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면? 또는 중요한 선택을 내릴 때만 되면 유독 긴장되고 제대로 결정을 내리기 힘든 버릇이 있다면? 그건 연습 부족 때문일 확률이 높다. 충분히 연습해 믿음을 강화시켜야 한다. 믿음은 한 번에 강화되지 않는다. 여러 번에 걸쳐 서서히 단단해진다. 그러므로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반드시 늘 최선을 다하는 걸 습관으로 두어야 한다. 



 실패가 두려워 행동하지 못한다면? 귀찮음에 사로잡혀 그냥 되는대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철저하게 움직이자. 행동하며 증명하자.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고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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