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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n 25. 2024

시골 생활과의 밀땅


 나는 도시를 사랑하는가? 다시 한번 묻는다. 나는 정말 지금처럼 사는 게 즐겁고 행복한가.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인파 속에 스며들고, 주말이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교외에 다녀오는 것. 그것이 정녕 즐거운 삶이고 내가 원하는 삶인지 묻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걸 가로막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환경 안에서 누군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지키며 남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지금 나를 위해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남을 위해 살고 있는 건 아닌지는 자세히 보아야 안다.





 한때 나는 시골에 살며 글을 쓰고 예술 활동을 하는 걸 꿈꾼 적이 있다. 문을 열면 푸릇한 녹음이 펼쳐져 있는 삶.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산과 들판으로만 꾸며진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삶을 동경했다.



 그러나 잠시 잠깐 시골 마을에서 그런 삶을 살아보니 마음에 변덕이 왔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도시가 그리워졌다. 시끌벅적한 사람 소리가 그립고 넓은 대로를 다니면서도 어깨빵을 당하는 삶이 그리워진다. 시골의 한적함과 광활함은 외로움만 증폭시킨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고 싶어진다. 참으로 줏대 없고 변덕이 심한 마음이다.





 그동안 내가 시골의 삶을 동경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에 살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벅찼기 때문 아닐까. 시골이 정말 좋아서가 아니라, 도시에 사는 게 버거워서 시골로 도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중 가장 나를 곤란하게 만든 건 비싼 집값이다. 나는 아직 내 집이 없다. 그래서 서글프다. 얼마나 오를지 모를 월세에 두근거리며 사는 삶. 그 무게에서 도망치고 싶어 남의 집 감을 보고 침을 흘리듯 시골을 쳐다본 것이다.



 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다. 막상 시골에 살아보면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1시간마다 버스가 온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시골이다. 오래전, 내가 충남 부여군 석성면 비당리에 살 때는 하루에 버스가 4번만 왔다. 그마저도 언제 올지 몰랐다. 30분 ~ 1시간 정도는 미리 나가서 기다려야 했다.(과거에는 4번이었고 지금은 하루 1회 운행이라고 한다. 그나마 도착정보를 알 수 있게 된 점이 다행이다.) 편의점은 읍내에나 나가야 구경할 수 있었다. 읍내도 말이 읍내지, 하나로마트와 주민센터, 편의점, 피시방, 다방 몇 개가 전부다. 치킨이라도 먹고 싶으면 논산 시내에 가야 했다. 



 우리 마을 안에는 가게나 상업시설이 하나도 없었다. 생필품이나 식자재를 구하려면 읍내에 가야 했다. 걸어서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곳이다. 그나마 택배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신의 축복이다. 도서산간지역 추가 비용 5천 원을 꼬박꼬박 내야 하더라도 말이다.



 그 밖에도 상하수도, 도시가스, 전기 시설 등 우리가 도시에 살며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시골에서는 대단한 것이 된다. 이미 한 번 가져본 적이 있기에 없을 때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애초에 가져본 적도 없었다면 포기할 것도 없었을 텐데.





 작은 소도시였지만 나는 날 때부터 도시 사람이었다. 내 생각에 도시의 기준은 ‘생활 반경’에 있다. 걸어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면 일단 도시다. 마트와 학교 각종 상점을 걸어서 다닐 수 있으면 최소 소도시 정도는 된다. 거기에 지하철과 버스로 생활 반경을 넓힐 수 있으면 중소도시, 각종 문화 시설과 위락 시설이 있으면 대도시에 속한다. 



 나는 대한민국 대도시 중에 가장 큰 도시인 서울에 살고 있다. 버스가 1분에 4대씩 지나가는 곳에 산다. 그럼에도 나는 불평한다. ‘내가 탈 버스가 오려면 5분이나 남았네’라고 툴툴거린다. 하루에 4대만 오던 시골의 삶은 잊은 지 오래다. 버스가 조금만 밀려도 불만이고, 사람이 너무 많아 복잡해도 또 불만이다. ‘조금만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라며 언제 그랬냐는 듯 시골을 동경한다. 그런 동경의 악순환이 무한히 반복된다. 참으로 줏대 없고 변덕이 심한 마음이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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