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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l 04. 2024

무분별한 ‘좋은 글’ 수집의 부작용


인터넷에는 좋은 글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쉽게 공감하고 동요한다. 좋은 말로는 공감이고 나쁜 말로는 휘둘린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휘둘리는 걸 싫어한다.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 휘둘리지 않으며 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시선으로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을까?





적당한 안목이 필요하다. ‘적당히?’라는 말에는 늘 물음표가 붙는다. 그걸 어떻게 해석할지 가늠이 안된다. ‘꽤 많이’ 정도라고 보면 되려나. 아무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안목이다. 우리가 안목이 낮은 거지 생각이 모자란 건 아니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우리가 쉽게 휘둘리는 이유는 더울 때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봐야 잠시 갈증이 해소되고 곧 더 큰 갈증이 오리란 걸 알지만, 아이스크림은 달고 시원하다.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온다. 그래서 우리는 더울 땐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마음이 허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공허하고 생기가 바닥난 상태, 즉 갈증이 온 상황이다. 그럴 때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말을 들으면 우리의 마음은 손을 뻗는다. 그것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는 생각하지 않고 일단 손부터 내민다. 그게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는 마음에서다. 마음이 풍요롭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허기진 상태여서 남의 말을 막 주워 먹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상식적이다. 모자란 걸 채우고 싶은 건 인간의 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이다. 오히려 그걸 멈추고 손을 뻗지 않도록 막는 것은 고통스럽다. 때론 잔인하단 생각마저 든다. 마치 입 주위로 아이스크림을 비벼대지만 절대로 입을 앙 다물고 한 모금도 혀에 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주위에 그런 대단한 자제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지금 떠올릴 수 있는 주변 사람 100명 가운데 한 명 정도나 그런 자제력을 가졌으려나 모르겠다. 아무튼 자제력을 갖는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허할 때 좋은 글에 끌리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절대 생각이 모자란 게 아니다. 가끔 그런 심리를 이용해서 사기 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천벌받을 사람들이다.





인터넷에 있는 좋은 글들은 그 자체로는 진짜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모조리 우리 인생에 복사 붙여넣기 했다가는 틀어지고 깨지는 부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각자의 사정과 상황에 어울릴 때 비로소 좋음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남의 말을 경청하고 최대한 입을 다무는 것이 좋다’는 말을 보자. 면접을 보는 상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이것저것 배워야 하는 시기에도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또한 이런 사례도 있다. ‘나와 잘 맞는 친구만 만나라’ 니체가 한 말이다. 그 자체만 보면 타당하고 좋은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편협하고 한심한 말로도 보인다. 쓴 물을 마셔보아야 단물도 아는 법이거늘. 늘 좋은 친구 잘 맞는 친구만 만날 수가 있는 건가? 그리고 잘 맞는 친구가 영원히 잘 맞지도 않을 텐데, 결국 친구의 수는 0여 수렴해지는 것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든다.



이렇듯 좋은 이야기는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파악하며 들을 때 힘이 된다. 그래야만 그 이야기를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좋은 말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잠시 잠깐 갈증을 해소하는 것일 뿐이다. 가끔은 좋은 작용을 할 때도 있지만, 길게 볼 때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패배감과 열등감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로 있다. 갈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발견하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목 마르게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해소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고, 스스로 답을 찾아 해결하면 된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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