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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에도 기억에 남는 사람의 비밀

by 오제이


감사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고 기억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은 모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나만의 생각인가 싶어 물어보면, 함께했던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기억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름이나 실루엣만 기억 나거나, 아예 기억에서 사라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감사할 줄 아는 것을 굳이 능력이라고까지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쉬운 일이고 누구나 할 줄 알지만 막상 행동으로는 옮기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수록 그림 그리기를 아주 쉽게 생각한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만 해도 교실에 모인 아이들에게 ‘여기 그림 그릴 줄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 손을 든다. 하지만 4학년 이상 올라가면 손을 드는 사람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그것은 나이가 들면서 겸손해지는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림 그리는 행위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가 더 크다. 감사할 줄 아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구나 감사할 줄 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는 것에는 용기가 따른다. 어림잡아 성인의 절반 정도는 감사 표현에 미숙한 것으로 보인다.



미숙하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감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금전적 이득이 되는 일에는 비교적 쉽게 감사함을 표한다. 하지만 그 외의 일들에는 감사를 표하는 비중이 줄어든다. 게다가 감사를 표할 때도 진심을 담기보다 그저 겉치레로, 인사치레로 끝낼 때가 많다. ‘좋았다’, ‘고맙다’ 등 단답형으로 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감사의 능력 차이가 거기서 나온다. 깊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이유나 과정, 어떤 점이 고마웠는지 조금 더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거나 표현한다. 그러면 그 표현을 받는 사람의 기분은 배로 즐겁다. 거기에 진심 어린 표정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까지 더해진다면 효과는 세 배, 네 배가 된다.



그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고,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 가슴 안에 닿아 머물기에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 아닐까.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관심이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기 때문에 진심 어린 감사한 마음도 생겨나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갖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긍정적인 생각이다. 사건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어떤 색안경을 끼는가에 따라 좋게 느껴지기도 하고 나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야근하는 직원을 위해 대표가 커피를 사온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누군가는 그 상황을 두고 ‘오밤중에 커피 사오는 센스는 뭐야... 잠 깨고 일이나 하라는 거야 뭐야?’라고 생각한다.



반면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한다. ‘대표님이 우리 걱정이 많으시구나. 바쁘실 텐데 굳이 시간 내서 커피를 준비해주셨네. 나는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니까 마음만 감사히 받아야겠다.’ 바로 이런 점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같은 일을 보고도 좋은 점을 발견하고 감사할 줄 아는 것이 그들의 능력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데는 직급이 상관없다. 하급자는 도움 받을 일이 많으므로 감사할 일이 상급자보다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상급자 역시도 어떤 마음으로 리더십을 펼치는가에 따라 많은 감사를 표할 수 있다.



우선 후배 직원에게 감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사소한 것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곧 관심이다. 후배 직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대하고, 일어난 일에 대해 감사와 격려를 해줄 수 있게 된다.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은 후배 직원의 업무에 동기 부여가 되고 조직의 생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관심을 갖고 격려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것이다. 후배 직원의 의견을 묻고 답을 들음으로써 두 사람 간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좁혀진다. 그렇게 마음의 거리를 가까이 두며 후배 스스로 자신의 장단점을 찾도록 지도해주고 지지해주면 된다.




감사하는 마음이 능력이 된 데에 조금 씁쓸함을 느낀다. 그것은 마치 사랑한다는 말이 낯간지러운 것과도 비슷하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그런 것들이 어렵다. 가식적으로 보이거나 가벼운 사람처럼 느껴질까봐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감사를 표하고 사랑을 전하기를 원한다. 조금만 용기 내 한 발 다가서면 아름다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매 순간 힘을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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