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연습 시간에 비례할까? 우리가 숙련도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준은 시간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 특정 업무를 수행했는가를 통해, 그 사람이 얼마나 그 일을 잘 알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우리가 지겹도록 들은 1만 시간의 법칙이 여기에 속한다. 어떤 일이든 1만 시간을 훈련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원리 말이다.
우리는 시간을 근거로 숙련도를 판단할 때 두 가지 실수를 범한다. 첫째는 기간의 총량과 실제 훈련 시간의 간극, 둘째는 훈련 시간 동안 집중력의 차이다.
첫 번째 실수는 기간의 총량과 시간의 간극이다. 여기 10년 동안 영상 편집 회사에 다닌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의 경력란에 10년이라고 적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을 10년 차 영상 기술자라고 판단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 사람은 영상 편집 회사에 다니며 하루에 1시간만 영상 편집을 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배송 업무를 했다면 어떨까? 그 사람의 10년은 하루 풀 타임(8시간) 근무를 한 다른 사람의 10년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이렇듯 기간의 총량으로만 무언가를 평가하면 과대평가하기 쉽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하면 1년에 대략 2,080시간, 10년이면 2만 800시간 일한 셈이 된다. 앞서 이야기한 하루 1시간 영상 편집을 했던 사람은 1년에 260시간, 10년 동안 2,600시간 가량 업무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투입된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풀 타임 기술자의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의 작업량과 같다.
두 번째 실수는 훈련 시간 동안 개인의 집중력 차이에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영상 편집 기술자의 이야기를 확장해 보자. 여기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 모두 10년 동안 8시간을 모두 사용해 영상 편집 일에만 몰두했다.
한 사람은 주어진 업무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했고, 일이 있는 시간에는 영상 편집을 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찾거나 자유 시간을 보냈다.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뚜렷한 계획을 세우고 집중 업무 시간과 훈련 시간으로 시간을 분배해 체계적으로 영상 편집 능력을 길렀다. 두 사람의 10년을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여러분이라면 회사에 사람을 채용할 때 기간의 총량을 기준으로 삼겠는가, 아니면 시간의 총량을 기준으로 삼겠는가? 시간의 총량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체계적인 훈련을 한 사람을 선택하겠는가, 주어진 업무만 한 사람을 선택하겠는가?
누구를 선택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시간의 총량이나 집중력과 훈련 방법을 알아볼 방법이 없다. 입사 지원자의 양심과 노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고, 수습 기간을 부여해 그 기간 동안 지원자의 역량을 자세히 살피게 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거짓이 아니다. 누구든 어떤 일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탁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법칙에서 말하는 시간을 투자하는 행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치열하고 힘든 시간이다. 1만 시간의 연습이란, 철저히 계획된 커리큘럼을 갖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연습하는 시간의 총량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그런 식으로 연습하거나 경력을 쌓지 않는다. 그저 일터에 출근하는 것만으로 할당량을 채웠다고 생각한다. 혹은 맡은 일을 해낸 것만으로 경력이 쌓인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실제로 우리가 무언가에 숙련도를 높이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과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가 없는 훈련은 숙련도와 상관없이 단순히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진짜 경력을 쌓고 싶다면,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활용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1만 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탁월함을 갖출 수 있다. 거기에 세월이 주는 다양한 경험과 인사이트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진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 고민하고 있는데, 자신이 비전공자라서 혹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은 것이 마음에 걸려 도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내가 오늘부터 하루 8시간씩 최고로 몰입해 훈련하면, 대학에서 하루 몇 시간만 적당히 공부한 사람들은 한두 달이면 넘어설 수 있다. 직장에서 하루 한두 시간만 적당히 일한 사람들도 금방 제칠 수 있다. 중요한 건 학력이나 근무한 시간이 아니다. 얼마나 열심히 체계적으로 훈련했는가에 있다.’
체계적인 훈련은 몹시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해보고 나면 알게 된다. 스스로 느껴질 것이다. 그저 그런 연습을 한 사람과 체계적인 훈련을 한 사람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를.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