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경력이 만들어지는 과정
최근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기획과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요즘에는 온라인 강의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따로 학원에 다니거나 세미나에 참여하지 않아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무료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공부하기 참 좋은 세상이다.
온라인 강의 중 강사가 질의응답을 받는 시간이 있다. 수강생들은 강의와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실무에 관한 고민도 묻는다. 직장 상사와의 고충, 연봉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나 업무 능력 향상에 대한 조언 등 흥미로운 질문이 오간다.
그중 가장 흔한 질문이 있다. ‘이대로는 물경력이 될 것 같은데, 이직해야 할까요?’ 이에 강사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대답을 한다. ‘이직한 곳에서는 물경력이 안 될 것 같나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나요?’ 이런 뼈아픈 질문들이 나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물경력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물경력은 근무한 시간에 비해 업무 능력이 현저히 낮은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15년 차 리더급 직원이 하는 일이 3년 차 수준이라면 물경력이다. 물경력인 사람들은 대부분 경력 3~5년 차에서 멈춰버리는 것 같다. 실력은 발전하지 않고, 세월만 흘러가는 것이다.
물경력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잘못된 회사를 선택했거나, 잘못된 사수를 만났거나,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경우다. 하나씩 살펴보자.
잘못된 회사를 선택한 경우란 무엇일까? 자신의 직무와 맞지 않는 엉뚱한 일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코딩을 해야 하는데 상품 포장과 배송 업무를 시키는 곳이라면 회사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물론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도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이직이 답이다. (물론 상품 포장과 배송 업무가 신입사원 교육 과정이라면 예외다.)
잘못된 사수를 만난 경우란 무엇일까? 배울 점이 없는 선배를 만난 경우다. 선배는 후배에게 모범이 될 의무가 있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것은 자기 일을 덜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함께 더 나은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일을 덜어내려면 차라리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게 낫다.
따라서 선배는 후배에게 업무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이건 틀렸어’라고 지적하는 것은 후배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왜 틀렸는지,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한 단계 더 높은 피드백은 곧바로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후배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틀린 부분을 짚어주고, 왜 틀렸는지 생각하게 한 뒤, 후배가 새로운 답을 가져오면 비로소 정답을 알려주며 그 원리를 설명해 준다. 이는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경우’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이 물경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경력은 스스로 쌓을 수 있다. 사수가 없는 회사에서도, 운영 업무만 하는 회사에서도, 내공이 부족한 회사에서도 경력은 쌓을 수 있다.
경력을 쌓는 것은 업무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다. 여유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하고, 알게 된 내용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같은 공개된 곳에 게시한다면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그 자체로 포트폴리오가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새로운 정보를 공유 받을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제대로 된 사수가 없는 사람에게 특히 유용하다. 직장의 사수가 발전이 없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에서 새로운 사수를 만나고 커뮤니티를 이루며 성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경력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자기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 자기를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물경력을 고민하기에 앞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민해 보길 바란다. ‘나는 왜 경력을 쌓고 싶은가?’ 이 질문의 해답이 여러분을 물경력에서 해방시켜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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