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횡단보도를 끝까지 건넌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건넌다.
가끔 우리는 건널목에 도착하기도 전에 보행 신호가 켜지는 경우를 만난다. 그러면 보통 마음이 급해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에 진입할 때까지는 뛰다가, 막상 건너기 시작하면 속도를 줄여 보통 걸음으로 걷는다. 심지어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어도 천천히 걷거나, 몇 발짝만 급하게 뛰는 경우도 많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을 다해 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호가 바뀌기 전에는 급해서 뛰었지만, 막상 건너면 별일 없다고 생각해 속도를 줄이고 만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마치 잡은 물고기에게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뛴다. 그들은 신호가 켜지기 전부터 이미 뛰어왔고, 횡단보도를 다 건넌 뒤에도 계속 달린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보행 신호보다 더 급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작은 교훈을 얻었다. 횡단보도의 중간에 멈추지 않는 심리를 다른 일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시작하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관성에 따라 속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 때는 열정적으로 일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수습 기간이 끝나면 패기가 줄어들고 일에 대한 의욕도 감소한다.
사실 이것은 우리의 생존 본능과 관련 있다. 우리 몸은 시급한 문제가 있을 때는 집중력과 의욕이 넘치지만, 문제가 해결되면 행동을 줄여 에너지를 아끼려고 한다.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생존에 유리하다는 원시시대부터 이어진 오래된 기억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인간의 본능과 관련한 문제라면, 우리는 영영 횡단보도의 중간부터 뛸 수 없는 존재인 걸까? 초기에는 열정적이지만 안정기에 접어들면 게을러질 수밖에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나 역시 이런 패턴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시작할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처음의 기분은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 여러 일을 시작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처음의 설렘에 중독된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그때 나에게 힌트를 준 것이 바로 횡단보도였다.
‘횡단보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뛰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 심리를 분석하면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목표가 1부터 10까지라면, 사람은 몇을 달성했을 때부터 속도를 줄일까? 예상컨대, 5에서 7 정도에 도달하면 점차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본능적인 반응이다.
그렇다면 목표를 10이 아닌 100으로 설정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50까지는 빠르게 달리고, 어쩌면 70까지도 빠르게 달려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10은 그저 시작 구간에 불과하다. 여전히 빨리 달리는 구간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횡단보도를 끝까지 달릴 수 있게 만드는 힘의 비밀이다.
목표를 말도 안 되게 크게 설정하는 것. 결과를 담을 그릇을 크게 만드는 것. 이것이 높은 행동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것은 그저 생각만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런 말을 하면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우리의 뇌가 얼마나 똑똑한데 생각만 다르게 한다고 행동이 바뀌냐고 따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한 면이 있다. 현실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생각에 따라 몸의 컨디션이나 상태가 달라지곤 한다.
실제로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속상해 눈물을 흘리거나 악역 때문에 화를 내는 일이 있다. 그 모든 것이 각본이고 연출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 몸은 그렇게 반응한다.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 몰입해 마치 그것이 진짜인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이제부터 목표를 10배 높이겠어!’라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행동이 바뀌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몸이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습관으로 자리 잡을 시간이 필요하다.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자주 떠올리며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그릇의 크기를, 자신의 사고력의 한계를 늘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시급한 목적일 때는 횡단보도의 중간부터 걷는다. 하지만 집에 가는 것이 시급하다면 끝까지 뛴다. 그 원리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앞으로 횡단보도를 볼 때마다 이 이야기가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우리는 하루에도 적게는 두 번, 많게는 수 십 번의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때마다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고 그릇을 키우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목표를 크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다짐하는 연습을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자동으로 해낼 수 있다.
이제 여러분이 마음을 먹든 먹지 않았든,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오늘 읽은 글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지금 내가 향하는 시급한 목적지는 어디인가? 횡단보도의 끝인가, 아니면 더 먼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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