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경규 님은 강호동 님의 연예계 롱런 비결을 두고 ‘뒤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습관’ 덕분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뒤에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쁜 말뿐만 아니라 좋은 말도 포함된다고 한다.
뒤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어떤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음으로써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오랫동안 높은 위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면 험담도, 칭찬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면‘굳이 칭찬까지 안 할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칭찬은 듣는 사람도, 자기 칭찬을 듣는 당사자도 기분 좋은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찬도 자세히 보면 결국 평가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를 나의 기준에 맞춰 판단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칭찬해도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 사람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내 이야기를 오르내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남을 칭찬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저 사람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내 험담을 하지 않을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단지 평가했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불편함을 느낀다.
안타까운 점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말을 옮기거나 타인을 평가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 용어인 ‘투사’나 ‘인지부조화’와 관련 있다.
투사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내면 문제나 불안을 외부의 대상에 전가하는 과정이다. 자신이 고치고 싶은 습관이나 버릇을 계속 인지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그것들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다.
인지부조화는 자신의 행동과 신념이 불일치할 때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려는 심리 상태다. 자신이 고치려는 습관과 관련된 부조화가 있을 경우, 다른 사람의 비슷한 행동을 더 크게 인식하고 비판함으로써 불편함을 해소하려 한다.
이런 이유로 심리적 불안 상태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을 좋게 듣지 못한다. ‘평가’라는 말에만 초점을 맞추고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내 삶은 매번 똑같아서 더는 할 말이 없어’라고 말하는 이들을 만난다. 하지만 실은 그들은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줄 모르고, 그것을 어떻게 느끼거나 표현할지 모를 뿐이다.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쳇바퀴 돌듯 비슷한 날들이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계속 바뀌는 한, 매일이 완벽히 똑같을 수는 없다. 우리의 세계는 늘 변화하고 있다. 단지 스스로가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변화에 둔감한 사람은 사람은 다음 두 가지가 부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는 관찰력 부족이다. 시간이 흐르면 계절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면 모든 생명체의 외관이 달라진다. 동물은 털갈이를 하고, 식물은 잎의 색과 꽃, 열매로 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구름의 높이나 하늘의 색, 바람의 정도도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변한다. 이런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다면, 우리 내면의 변화에 대해 할 말이 넘치게 된다.
둘째는 표현력의 부족이다. 뭔가 달라졌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것이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은 있지만, 그것을 말로 풀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겪는 일이다. 표현력 부재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많은 글을 읽고 써보면 된다. 단순한 일이면서 어려운 일이다.
시간의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되고, 그 느낌이 자신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다음 그것을 종이에 적어보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기를 수 있다.
그러면 더 이상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어든다. 자신의 사고, 내면의 변화, 목표나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할 말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 보길 바란다. ‘나는 어제 무엇을 했는가’,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살았는가’를 떠올려보는 거다. 자신만의 색깔로 ‘나의 하루’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자. 인생이 더욱 선명해지고 따뜻해지는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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