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철학자가 묻는다
오래된 철학자가 내게 묻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키고 있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외부의 압력이나 유혹 앞에서 굴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신념은 얼마나 단단하며,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한때 나는 알코올 중독이었다. 하루도 빠짐 없이 술을 마셨다. 어느 날은 우울해서, 어느 날은 기뻐서, 어느 날은 심심해서. 각종 이유와 핑계로 술잔을 기울였다.
‘이 정도는 괜찮아’, ‘누구나 이쯤은 마셔’라고 합리화하며, 나의 20대는 매일 술에 젖어 있었다.
내가 처음 술을 마신 건 스무 살 때였다. 대부분은 고등학생 시절에 이미 술을 경험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어린 시절, 술을 마시고 실수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 다짐은 고등학생 시기 많은 유혹을 이겨내게 해줬다.
하지만 스무 살, 단 한 번의 실수가 그동안 쌓아온 인내를 와르르 무너뜨렸다.
처음 한 번이 어려웠을 뿐이다. 하나의 균열이 생기면 댐이 서서히 금이 가듯, 나의 신념도 그렇게 무너졌다.
무너진 댐을 복구하기 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당시로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이제야 문제가 보인다. 원인은 ‘절대’라는 단어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 즉 모든 걸 갖지 않으면 모두 잃는다는 왜곡된 사고가 초래한 문제였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완벽한 것도 없다. 그러나 그 시절의 나는 완벽을 추구했고, 불가능한 목표를 강요했다.
‘절대’는 애초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알코올 중독은 이미 술을 입에 대기 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절대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나는 이미 실패하고 있었다.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지 못할수록 성공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단 하나의 실수도 없는 성공만이 진짜 성공이라고 여기는 태도는,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 모든 걸 실패로 여기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이다. 그 불가능한 생각을 버려야 비로소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다.
지금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마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술을 마신다고 해서 죄인이 되거나 패배자가 된다고 여기지 않는다.
‘언젠가 다시 마실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마시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전부다.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면 금주는 어렵지 않다.
때때로 우리는 신념을 과하게 포장하고 보호하려 한다. 신념은 절대 변하지 않고 완벽해야 한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압박한다.
그러나 신념은 완벽할 수 없다. 때로는 부서지고 아플 수도 있다. 이를 인정할수록 오히려 성공에 가까워진다.
실패와 성공은 한 끗 차이다. 이 두 가지는 성장을 위한 과정일 뿐, 최종적으로 추구해야 할 결과가 아니다.
이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신념은 자연스레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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