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할 때 생각이 많은 편이다.
제대로 된 문장으로 말을 해 이야기를 온전히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런데 최근 너무 생각이 많아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상한 상황을 맞고 있다.
20대 때는 제법 말을 잘 했던 것 같은데...
30대가 되며 말할 거리가 줄어서 그런지 말하는 능력도 같이 퇴화한 것 같다.
말과 언어로 밥 벌어먹고사는 사람이 말을 못 한다니 꽤나 심각한 흠이다.
나는 이 문제를 심각히 여겨 고쳐볼 요량으로 한참 나의 말 습관을 들여다봤다.
나는 말하기 전에 상대의 지적 수준을 헤아려본다.
그리고 상대와 나의 문화적 차이를 가늠한다.
어떤 이야기를 꺼냈을 때 오해할 여지가 있진 않은지,
의도한 대로 상대방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를 점검해 본다.
그다음 만나는 장소,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할 말과 못 할 말을 재빠르게 계산한다.
그리고 입을 연다.
‘어버버버...’
다들 그런 적 있지 않나?
너무 많이 계산할수록 오히려 버벅대는 일 말이다.
첫 데이트를 할 때 손 위치에 집중한 나머지 걸음이 꼬인다거나,
자전거의 작동 원리에 신경을 모두 쏟은 나머지 자전거의 중심을 못 잡겠다던가 말이다.
요즘 나의 말 하기 상태가 꼭 그렇다.
너무 심하게 생각이 많은 탓에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
마치 버퍼링이 걸린 유튜브처럼 말을 시작하기 전 한참 뜸을 들인다.
그냥 대충 떠오르는 대로 말을 꺼내면 술술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그렇게 말을 쏟아내듯 퍼붓고 집에 돌아오면 그날 밤 입가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괜한 말을 꺼내고 싶지 않고,
불필요한 말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도 않다.
말을 해서 하는 후회보다
말을 하지 않을 때 하는 후회가 더 작으니까.
우선 말을 아끼는 쪽으로 습관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습관 또한 익숙해지면
말하기 전 생각 하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