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 바닥에 넘어졌다.
다 큰 어른이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길에서 넘어지다니...
다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난다.
악! 소리와 함께 대차게 넘어졌다.
넘어지는 순간이 느린 화면처럼 천천히 눈앞에 펼쳐졌다.
차갑고 습한 복도 바닥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널브러진 소지품과 순식간에 피멍이 든 손과 무릎을 보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2분 후에 도착한다는 버스 생각뿐이었다.
잃어버린 물건이 있나 대충 훑어보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일어났다.
스스로 참 기특하면서도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닥에 넘어진 건 온전히 내 탓이었다.
버스 시간에 조급함을 느껴 신발 끈을 제대로 묶지 않고 집을 나선 게 화근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는데,
그때 신발 끈이 엉켰고, 스텝이 꼬여 넘어지게 됐다.
그건 그렇고 나는 오늘 무너진 인류애를 목격했다.
당시 엘리베이터에는 나 혼자만 있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뒤에는 조금은 조급해 보이는 60세 남짓한 아주머니가 한 분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 내가 한 발자국을 내디뎠을 때,
아주머니도 발을 내밀며 내 뒤꿈치를 툭 건드렸다.
그 접촉 때문에 신발 끈이 엉켰다는 것은 과장이겠지만,
내가 넘어진 데에 아주머니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증거는 없지만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아픔이었다.
심지어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 하더라도,
앞에 있던 사람이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는데
어떻게 한 번을 들여다보지 않고 지나칠 수 있을까.
얼마나 바쁜 일이 있길래 그래야만 했던 걸까.
물론 너무 바쁜 나머지 내가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는 나의 쪽팔림을 배려해서 못 본 체해준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실망스러웠다.
진심은 아니더라도 그냥 괜찮냐고 한 번 들여다봐주길 원했던 것 같다.
사실 넘어져 다친 사람에게 '괜찮아요?'라고 물어보는 건,
진짜 괜찮은지 궁금한 게 아니다.
그저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다.
밥을 차려줄 것도 아니면서 밥은 먹었냐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우리의 정이고 사람 사는 인심 아니겠는가.
내가 바란 것은 딱 그 정도의 관심이었다.
그러다 혹시 정말로 심하게 다쳤다면 생명을 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아무튼 오늘은 아침부터 액땜을 해서 그런지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오히려 좋은 날이 완성되고 있다.
기념으로 신발 끈과 함께 엉켜 사라진 신발의 버클을 사진으로 남긴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