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적도 없던 것을 손실이라 생각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내가 지금 이 일을 하지 않고, 그때 그 걸 수락했다면
지금쯤 X 억 원을 더 벌었을 텐데...’
‘만약 그때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X 억 원이 생겼을 텐데,
그럼 나는 그동안 X 억 원을 써버린 거구나...’
이런 생각은 백해무익하다.
기회비용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것이지
이미 지나간 일을 떠올리며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다.
우리는 가끔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기회비용을 떠올리곤 한다.
'그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손익을 따져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이들이 비슷한 실수를 한다.
기회비용을 떠올리면서, 오직 비용만 계산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지나간 일의 기회비용을 따지는 일이 불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일을 선택했을 때 생겼을 고생이나 스트레스 등 금전적 손익 외의 비용을
거의 고려하지 않거나, 너무 쉽게 여기고 말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과거에 그 선택을 내릴 때 이미 미래를 한 번쯤 상상해 보았다.
지금의 선택은 과거의 자신이 깊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뜻이다.
당시에도 여러 선택지의 기회비용을 분명 따져보았고,
어쩌면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숙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예상했던 미래가
현재에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을 수도 있다.
과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거나,
학식과 견문이 넓어지면서 더 많은 것을 깨달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할까?
과거를 돌아보며 기회비용을 다시 계산하는 데 쏟는 게 좋을까,
아니면 현재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새로 시작하는 데 쏟아야 할까?
정답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지만,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어...’라는 생각이 자꾸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 하는 일에 발을 담근 사람이 너무 많아졌거나,
여기까지 들인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서,
우리는 다시 시작하기는 일을 주저하게 된다.
그러면 영영 이대로 잘 풀리지 않는 일을 손에 쥐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며 살아야 할까?
아마도 그런 선택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두 변화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하지만,
변화를 선택한 후에 마주할 여러 변수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현재 상황에 맞게 조정하며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최대한 적은 힘으로, 감당해야 할 부담도 최소화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그런 묘책은 발견하지 못했다.
변화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하고 새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이라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현재의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보길 권한다.
과거의 선택에서 비롯된 기회비용을 따지는 데 쓰는 시간과 힘마저 모아
지금의 일에 온전히 집중해 보는 것이다.
그다음 결과를 마주하면 비로소 판단이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린 선택은, 이후 기회비용을 돌아보며 후회할 일조차 사라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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