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는 뭐 불만 있어? 표정이 왜 그래? 얼굴 펴고 일해!’
고등학생 시절, 방학 기간에 연회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무거운 갈비탕 그릇을 서빙하던 내 표정이 일그러져 좋아 보이지 않았나 보다.
보다 못한 매니저가 한 소리를 했다.
물론 좋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나는 말투에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당시 연회장은 조폭이 운영하던 곳이었고
그들이 본의 아니게 거친 말투를 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니저의 지적을 들은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무거우니까 표정이 안 좋지, 보면 모르나...? 힘들어 죽겠는데 왜 그러는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린 생각이고, 여린 마음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연회장은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그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연회장의 본질인가?
물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것은 맞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만약 음식을 나르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계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연회장에 굳이 사람을 고용해 서빙한다는 것은 그로 인해 만들 수 있는 다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연회장은 서비스업이고, 서비스업의 본질은 안락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음식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고객에게 편안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 서빙하는 사람은 음식을 나르는 일 외에도
고객을 위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깔끔한 복장과 좋은 표정을 지어야 한다.
거기에 기분 좋은 웃음과 여유를 더한다면 고객은 더 큰 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 일하는가에 따라, 태도는 달라지게 되어 있다.
고등학생 시절, 내가 일하는 주된 목적은 '돈'이었다.
단순히 돈과 노동력을 바꾸는 것밖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당시 나는 표정의 중요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일의 본질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빨리 일을 마치기 위해서 어떤 요령을 만들어야 하는지만 고민했을 뿐,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물하기 위한 고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스스로의 가치를 노동력에 한정 짓는 어리석은 청년이었다.
만약 지금 다시 연회장에서 일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아마 나는 웃으며 일할 것이다.
억지로 웃는 게 아니라, 진심을 다해 웃을 것이다.
내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기쁠 것이고,
누군가에게 멋진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또 기쁠 것이다.
그 기쁨을 표정에 담아 아낌없이 선물할 것이다.
웃으며 일하면 세 사람이 행복해진다.
첫째로 웃는 내가 행복해지고,
둘째로 그것을 보는 고객이 행복해지고,
셋째로 그로 인해 수익이 늘어나는 영업장이 행복해질 것이다.
이 세 개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일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금 다시 연회장에서 일할 때 갖게 될 태도다.
일의 본질을 생각하고,
그것을 최상으로 이끄는 데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점을 떠올려보자.
그러면 일이 즐거워질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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