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꺾여도 괜찮아

by 오제이


열심히 일하다 갑자기 공허한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이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아무것도 새로울 게 없잖아, 이대로 나는 정체되는 것 아니야?'


이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잠식해 불필요한 감정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나도 내가 하는 일이 내 미래를 크게 뒤흔들 만큼

생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하므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세상이 나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고 느껴져 되는대로 마음껏 살다가도

어느 날은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에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굴기도 한다.

이렇게 줏대 없이 살는 것이 좋았다가 싫기도 하고

그런 변덕이 못마땅해 자기 비하나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한다.


지금은 이전만큼 그런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요즘도 나는 문득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공허한 시간을 보낸다.


그럼에도 다시 제 자리로 찾아오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어쩌면 그게 일종의 회복 탄력성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직선처럼 곧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오르막이 있다가도 내리막이 있는 물결 같은 삶을 산다.

따라서 잘 사는 삶이란 제자리로 잘 돌아오는 삶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직선적인 삶은 조금 무료하지 않나 싶다.

물론 내가 최대한 루틴을 지키며 올곧게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대단히 재미있고 숭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제자리로 잘 돌아가기 위해, 그런 삶을 추구하고 있다.



* * *


존경하는 사람이나 롤 모델을 갖는 것처럼

따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인생의 목표로서 한 사람을 거울로 세워두고

그 사람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 사람을 닮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작은 빈틈이 있다.

자신이 롤 모델로 삼은 사람의 일거수일투족,

즉 모든 시간과 생각까지는 알 수는 없기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롤 모델의 좋은 모습만 바라볼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에 들어가는 힘이 있으면 나오는 힘이 존재하는 법인데,

롤 모델의 좋은 모습과 습관만 보고 실천하다 보니,

들어가는 힘만 작용하고 나오는 힘이 없어져

어느 순간 마음이 불편해지는 날이 찾아온다.


좋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모든 화를 참고 억누르며 사는 것만은 아니다.

제 자리에서 출발한 사람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출발한 사람이 더 많은 거리를 달리게 된다.


가끔은 물러설 줄 알고,

가끔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좋다.

인생이 늘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언제든 중심을 잡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깨닫게 된다.


단단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가지가 태풍을 만나면 가장 먼저 부러지는 것처럼,

크게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강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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