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지고 싶은 능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난 연말, 그리고 올해 초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누군가는 슈퍼히어로 같은 초능력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현실적인 능력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고맙게도 나의 의견을 물어봐 주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단숨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말문이 막혀버린다.
사실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올해 가질만한 재능이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구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조금의 힌트를 얻기 위함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서 수집한 능력을 한 데 추려봤다.
초능력을 제외한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능력 가운데
한 해의 목표로 삼을만한 게 뭐가 있을지, 가지런히 늘어놓고 찬찬히 살펴봤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선뜻 집어 들 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없었고
나는 한참을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올해의 능력을 고르는 데 그토록 신중하고 까다롭게 구는 이유는,
내가 이미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이라 가진 재능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새로운 능력을 공들여 갖게 된다고 해도 내 인생이 그리 달라질 것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능력이 있으면 내 인생이 달라질까?
이건 마치 내 꿈이나 목표를 묻는 것과 비슷한 질문이다.
꿈과 목표가 있으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게 될 테니까.
그런데 꿈이 있어도, 정확한 목표가 있어도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도 거기에 필요한 능력을 구분 짓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쉽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충분히 잠을 자세요'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그 사람 역시 체중 문제로 고민하고,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다.
100가지 고민이 있으면 100가지 답이 있다.
한 가지 영원불멸한 만능열쇠 같은 건 없다.
그래서 무엇을 잘 하면 좋을지 찾는 일은 어렵고 섣불리 결정 내릴 수가 없다.
그리고 또 내가 능력을 선택하는 일을 자꾸 미루는 이유는
그것을 선택했다 실패했을 때 낭비되는 시간과 노력의 아쉬움 때문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주어진 한정된 시간 동안,
성공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이겠다는 결정을 내릴 용기와 배짱이 부족하다.
달리 생각해 보면 이것은 어쩌면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 나는 실패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지금 또래와는 다른 도전을 했다 실패하면, 그들은 이미 저 멀리 앞서 있을 텐데...'
그리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실패하면 내 남은 인생의 몇 %를 낭비하게 되는 건데...'
물론 이런 걱정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알고 있고,
도전 없이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은 꼭 우울증 치료를 해주는 정신과 선생님이 우울증에 걸리는 것처럼
쉽게 판단 내리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삶이란 것이 재미있는 이유 그것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 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딱히 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 건 아니었음에도,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그리고 바보 같게도 그걸 메모해두지 않았다.
그대로 흘러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었다.
어쩌면 나는 답을 구하고 싶은 게 아닌 것 같다.
그 답을 찾는 고민 속에서 느끼는 새로운 발상과 상상이 즐거운 건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 답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문제였던 것 같다.
어차피 나는 열심히 할 거니까, 앞으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고 있으니까.
내가 가는 길의 이름이 <충무로>인들 무엇하고 <을지로>인들 무엇하겠는가.
중요한 건 결국, 내가 지금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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