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 이 부분은 왜 이렇게 디자인했나요? 빼면 안 돼요?'
'왜요? 그걸 이제 와서 이야기하면 어쩌자고요. 안돼요'
'그래도 이건 사용성이 안 좋잖아요!!!'
'팀장님이 디자인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요!!!'
직장을 다니다 보면 별것 아닌 일로 동료 사이에 다툼을 하는 날이 있다.
심한 경우 고성이 오가거나 욕설까지 주고받는다.
대체 무슨 일 때문인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그리 큰일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자존심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날을 세우고 잔뜩 예민해지기 일쑤다.
어떨 때 보면 그 사소한 일에 마치 생존이 달린 것처럼 달려들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은 대체로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재밌게도 가끔은 열정적으로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내게는 왜 저런 투쟁심이 없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
괜히 부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요즘 매일 같이 들여다보는 쇼펜하우어의 인생 일력에서
'한없이 착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말을 보았다.
한없이 착하면 휘둘리기 쉽고 다른 사람에게 업신 여겨져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었다.
나는 이 말을 보고 '내가 착한 사람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두고 착하다는 말을 한다.
나의 친애하는 동료 엠제이 님은 댁에서 나를 '천사 과장님'이라 칭한다고 했다.
그 밖에도 가족이나 친구, 후배들에게 나는 착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다.
이런 말은 실로 듣기 좋은 말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려스럽다.
착한 것이 지나쳐 자칫 '바보처럼 순수하게 착함' 쪽으로 기울면,
여우같이 약아빠진 사람들에게 호구 잡히기 딱 좋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좋은 마음씨를 이용해 자기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요청에 'Yes'라 말할 수밖에 없도록 다른 사람의 의식을 조종하려는 사람도 있다.
문득 파슬리 님이 떠오른다.
나와 함께 수년 동안 프로젝트를 함께하다 몇 해 전 회사를 그만둔 그녀는
내 짧은 인생 동안 만난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순수하고 착한 사람'으로 꼽고 싶은 분이다.
다른 사람의 기쁨에 마음 다해 축하를 건네고,
동료와의 이별에 진심으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무척 속 깊은 사람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착한 사람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물어뜯어 자기 아래 두려는 사람이 많다.
파슬리 님의 착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먹음직스러운 잘 익은 과일처럼 보였다.
그녀는 쉽게 표적이 됐고 회사의 안팎으로 휘둘리며 크고 작은 문제를 겪어야 했다.
자기 일을 떠넘기거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모두 떠안는 처지가 됐다.
날마다 쌓이는 스트레스가 그녀의 삶을 무겁게 짓눌렀다.
스스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피폐해지는 외면은 숨길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건강이 악화됐고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악한 마음씨에 대항하기 위해서
착한 마음을 숨기거나,
늘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려 주의력을 추가 지출해야만 하는 현실이 야속하다.
친절과 선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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