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낭비한 시간에 대한 초상

by 오제이



오늘은 아침부터 인스타그램을 보고 뉴스를 훑었다.

지난밤 꽤 큰 이슈가 있었다는 핑계였다.

십 분만 보겠다는 게 30분, 1시간이 됐다.

눈이 피로할 정도로 스크린을 쳐다본 것 같다.

아침 루틴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피로해졌다.


'오늘은 망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더 이상 글을 쓰는 데 집중이 안 됐다.

한 시간가량 쓰고 지우고, 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낭비했다.


낭비한 시간이 아까워서, 뭐라도 주워 담아보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시간은 이히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시간이 빠져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았나 두리번거렸다.

실패한 기분, 불쾌한 무능함, 조롱 섞인 자기검열 같은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관성적으로 그것들을 주워 담았다.

그러다 이내 이것들은 내게 쓰잘데기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수구에 모조리 쏟아내버렸다.


그리고 다시 상쾌한 기분으로 책상에 앉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삐뚤어진 모니터가 마음에 걸린다.

시험공부를 앞두고 책상 정리를 하고 싶어지는 그릇된 욕망처럼

모니터의 각도를 재정비해 완벽한 여건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린다.


나는 일어서 책상 뒤로 가 모니터 탐침대의 나사를 조이고 풀었다.

30분가량 투닥거림이 끝난 뒤 결국 책상은 말끔하게 변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도 이런 책상이라면 분명 부러워했을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 아침 연이어 발생한 시간 낭비를 애써 모른 척했다.


시간은 흘렀고 점차 초조함이 다가왔다.

스스로 정한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속 초점이 흐려졌다.


뿌옇게 변해버린 눈앞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 선명히 보인다.

왜 그것만은 선명한 걸까.

분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세상에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하는지

검색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리고 이내 어떤 작은 통찰이 날아와 가슴에 꽂힌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 중독이란다.'


아아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어 자물쇠를 잠그고,

뉴스 사이트의 IP를 차단해 더 이상 내 눈에 띄지 않게 만들지 않는 이상

이 중독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순 없겠구나.


너덜너덜해진 나의 집중력을 바라보며

애먼 스마트폰을 탓하는 나의 잉여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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