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저녁 식사 시간, 우리 집 대화 주제는 돈이었다.
'돈을 쓰는 데 있어서 죄책감을 갖거나 기회비용을 너무 따지지 말자'
우리가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소비에 지나치게 엄격히 굴다 자칫 창조적 가능성을 억누르게 되는 누를 범하지 말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런 대화가 오가게 된 배경에는 현재 수입이 많지 않다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 즉 미래에 수입이 끊겨 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 근거 없는 불안은 우리의 마음을 옹졸하게 만들었고, 커피값이나 간식 비용 같은 푼돈 쓰는 것조차 망설이게 됐다.
그로 인해 우리의 소비 심리에는 점차 궁핍한 마인드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우리는 빈곤층이 아님에도 빈곤층처럼 살고 생각하게 됐고, 그런 생활 방식을 자랑처럼 여기고 고수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자장면에 누가 만 5천 원을 써, 푸드코트에서는 8천 원이면 뽕을 뽑아~'
이런 한 치 앞밖에 보지 못하는 생각으로 우리는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만나볼 기회를 미뤄왔다. 그 결과 우리의 감각은 직접 경험해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영상을 통해 대리만족한 감각으로만 채워져갔고, 그것은 마치 허상으로 쌓아 올린 궁전 같았다.
물론 돈과 물건을 아껴 쓰는 일은 무척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자칫 사람이 좀스럽고 어리석어질 수 있으니 그 정도를 유지할 줄 아는 지혜가 마땅히 필요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옛말만 말만 믿고 푼돈을 죽어라 모아본들, 그것이 태산이 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잠들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당장 커피값 5천 원을 아끼면, 얻는 이익이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미래에 5천 원어치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 지금 당장 그 돈을 아껴서 하고 싶은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막연히 돈 쓰는 게이 아깝고 무서워서 주머니 속에 꽁꽁 숨겨 둔 것이라면, 돌아올 미래는 화폐가치가 하락한 어느 날의 5천 원일뿐이겠다.
지난 저녁 식탁에서 나눈 우리의 대화는 가계 소비를 촉진하자는 것이 아니라, 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자는 의도였다.
우리의 마음이 보다 풍요로워지길, 우리의 그릇이 더 커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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