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식사 자리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회사 로고가 떠올랐다. '이런, 올 것이 왔구나' 나는 주섬주섬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이런 일은 지난봄에도 있었다. 담당자가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고, 이런 일에 경험도 적다 보니 현장에서 있을 변수를 대비할 수 없었다. 행사 전날, 디스플레이를 셋업 하며 그제야 오류를 확인했고, 우리는 오픈 직전까지 수정을 반복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가을에도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 새로 배정된 담당자 역시 이런 일에 경험이 없었다. 나름대로 준비했지만, 현장에서 나온 돌발 변수는 예측할 수 없었다. 결국 그때도 우리는 행사 직전까지 수정사항을 적용해 보내줬다.
이렇다 보니 '올해도 그냥 넘어갈 리 있겠냐'라는 일종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게 오직 나만의 우려였을지 우리 팀원들도 같은 생각이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궁금하긴 했지만 나는 내 걱정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괜한 말을 꺼내 동료들의 연휴를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안타깝게도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발 상황이 생겼다. 재밌는 사실은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해도 수정 사항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이번 담당자는 꽤나 치밀한 사람이었고, 그녀는 변수의 변수까지 준비하는 꼼꼼함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정은 피할 수가 없었다. 수정 사항은 꼼꼼히 준비한 부분이 아니라, 애초에 콘텐츠 자체에서 발견됐다.
'이쯤 되면 신의 영역으로 봐야하나...?'
이 정도면 최종 수정은 피할 수 없는 일인가 싶어진다. 제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치밀하게 준비해도 이런 식으로 예측할 수 없는 수정 사항이 생기면 조금 허탈해진다.
우리는 일요일 밤 7시에 수정 요청을 받았고, 밤 12시가 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뒤늦게 수정 사항을 만든 클라이언트에 대한 원망보다, 위급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 우리 팀에 대한 감사가 더 컸던 모양이다.
만약 내가 클라이언트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스페인에서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을까. 예기치 못한 오류에 눈앞이 하얗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서둘러 수정 작업을 진행해 준, 휴일에도 신속히 대응해 준 대행사가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웠을까.
당사자가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였다면 충분히 그런 마음이 들었으리라.
오늘도 함께여서 참으로 고맙고 든든했다. 우리 팀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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