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서 뭐 어떡하라고!! 아빠가 잘 했으면 문제없잖아!"
복도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들어오는 강 부장. 종종 집에서 생긴 감정을 직장에다 풀어 놓는 사람들을 본다. 지난밤 혹은 그날 아침, 가족이나 연인과의 불화로 만들어진 기분 나쁜 감정들을 차곡차곡 챙겨와 직장 동료들에게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동료로 두면 그 주변 사람들은 괜한 일에도 봉변을 당하게 된다. 평소라면 웃어넘길법한 실수에도 짜증과 화를 담은 날 선 말들이 되돌아오므로 사무실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진다.
이런 뜻밖의 감정들이 굿판 벌이듯 사무실을 뒤흔들고 나면 그때부터는 동료들 간에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당연한 일도 두세 번 생각하게 되니 일 처리가 늦어지기 마련이고, 가벼운 아이디어나 제안도 입 밖으로 내는 게 조심스러워져 팀의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나는 이렇게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사무실의 암세포'라고 칭한다. 이들은 주변 세포들에게 번져 결국 회사를 썩어 곯게 만든다.
세상에 착한 암은 없듯이 이런 암세포 같은 존재들 역시 회사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으므로 서둘러 도려내는 것이 좋겠으나, 어찌 된 일인지 일반적인 경영자들은 그럴 마음이 없는듯하다.
C 레벨이 회사를 보는 시야와 나의 시야가 다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그들의 마음이 약해서인지 가늠이 잘되지 않는다. 회사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을 포용하는 이유를 나의 수준에서는 아직 이해할 수 없다.
가뭄에 콩 나듯 쓰임새가 생길 때를 대비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회사에 대한 그동안의 헌신에 대한 보답일까. 회사는 그들을 품기로 결정하더라도 그들은 그만큼 회사에 정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틈날 때마다 좋은 자리로 이직을 도모하고, 혹여 회사에 내분을 일으켜 도망치듯 퇴사하더라도 곧 다른 직장을 얻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그들을 방치함으로써 불행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남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수선해진 회사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동원될 것이고 그러는 동안 패잔병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최악의 경우는 문제를 일으키고 퇴사한 사람이 다른 데 가서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잘 됐다는 소식을 들려오는 것인데, 그러면 회사 분위기가 풍비박산이 나 줄퇴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부정적인 사람을 데리고 있는 건 회사 안팎으로 손해이다. 회사 안으로는 그들의 짜증과 심통을 받아주고 인내하며 꾸역꾸역 버티는 동료들에게도 미안한 일이고, 회사 밖으로는 열정과 가능성을 품은 수많은 예비 구직자 그리고 우리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클라이언트에게 미안한 일이다.
이런 불편 유발자들이 알아서 나가주면 천만다행이겠지만, 그런 꿈같은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으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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